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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8. 2024

장심리 산책길 ㅡ  안최호 작가

김왕식













                 장심리 산책길




                              안최호





부부가 함께 걷는 장심리 소나무 숲길, 청람루를 지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수탉이 새벽을 가르고, 안갯속 소나무 숲길이 아침마다 우리의 발걸음을 맞아준다.

맨발로 걸어 중간쯤 오르면, 아내의 고른 숨소리가 소나무마다 걸려있는 듯하다.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은 마치 우리를 반기듯 환영해 준다.

장심리의 이른 아침, 산이 좋아 걷는 이 길은 청람루가 쉼터가 되어 천국과 같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부부가 친구처럼 무엇이든 함께하는 데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친구가, 때로는 따스한 연인이 되어 서로의 마음을 품는다.
팔짱을 끼고 추억을 나누며,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글을 쓰며 아내의 도움으로 채소밭을 가꾸고, 닭장을 짓고, 솔밭에 그네를 매달며 일상을 즐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잉꼬부부’라 불릴 만큼 가까워졌다.
아내는 내가 글을 쓰는 동안에도 즐거워하며 작업에 함께 끼어든다.

글을 쓴다고 모두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란 평범한 사고를 넘어 창작의 세계를 열어야 한다.
이는 기계적이고 일상적인 사고를 뛰어넘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숲길을 걷다 청람루에 머물러 간식을 나누며 오손도손 아침을 연다.




새벽을 깨우며 숲을 걷는 남자,
안최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안최호 작가의 산문 '장심리 산책길'은 자연 속에서의 일상과 부부의 유대감을 담담히 풀어내며, 작가의 삶의 철학과 작품 미의식을 선명히 드러낸다.
 이 글은 장심리 소나무 숲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단순한 산책을 넘어 삶의 소소한 행복과 철학적 사유를 녹여낸다.

우선, 작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새벽의 수탉 소리와 안갯속 소나무 숲길은 일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려는 작가의 철학적 태도를 드러낸다.
특히 "청람루가 쉼터가 되어 천국과 같다"는 표현은 자연 속에서 발견한 평온과 만족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부부의 유대감은 이 글의 중심축이다. 작가는 부부가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 나이 들수록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임을 전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함께 채소밭을 가꾸고, 닭장을 짓는 일상을 공유하며, 이는 부부간의 신뢰와 동반자로서의 삶의 의미를 부각한다. "잉꼬부부"라는 묘사는 이들의 관계를 간결하고 친근하게 요약하며, 글에 따뜻한 정서를 더한다.

작품의 미학적 측면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서술 방식이다. 자연의 풍경과 부부의 일상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과잉 없이 담백하게 전달한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미의식, 즉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삶의 가치에 대한 표현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작가는 "평범한 사고를 넘어 창작의 세계를 열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일상의 단순한 기록을 넘어 창조적 사고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는 작가 스스로의 삶과 글쓰기에 대한 자각과 지향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요컨대, 장심리 산책길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 부부간의 친밀한 관계, 그리고 창작에 대한 사유를 통해 작가 안최호의 철학과 미학을 유려하게 풀어낸 산문이다. 담백한 언어와 깊이 있는 메시지가 어우러져 독자에게 삶의 소소한 행복과 창조적 사고의 가치를 일깨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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