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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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숲 속의 외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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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숲 속에 외길이 있습니다.
이 길은 누군가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듯, 잔잔한 자연의 숨결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숲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깊고 묵직한 정적을 품고 있습니다. 나무 사이로 흐르는 미풍은 낮게 속삭이며, 시간조차도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길은 단 하나뿐입니다.
갈림길 없는 이 길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걸음을 옮길수록 길 끝이 궁금해지고, 어느새 길과 내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외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길이 아니라, 인생의 여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와 마주칩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만남은 숲 속의 고요함을 살짝 흔들어 놓습니다. 서로의 존재가 낯설지만, 동시에 따뜻한 온기를 전합니다.
말없이 스치는 눈빛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외로움이 녹아내립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만남입니다.
이유를 묻지도, 설명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존재 자체로 빛나는 순간입니다. 이 숲 속의 만남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처럼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이 만남은 우리 삶에 작은 기적처럼 다가옵니다.
만남 뒤의 침묵은 다시 숲으로 스며듭니다.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외길 위에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음을 느낍니다. 몽환적인 숲의 분위기 속에서, 나와 누군가의 발자국은 잠시 흔적을 남기다 이내 자연의 일부로 사라져 갑니다.
숲 속의 외길은 끝없는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고요 속에 스며든 따뜻한 기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작은 숲을 남깁니다. 그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꿈꾸며, 오늘도 누군가는 숲 속의 길을 걸어갑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