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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5. 2024

닥터 지바고의 숲 속,  바로 그 유리의 집

김왕식










         닥터 지바고의 바로 그 집







깊은 산속,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은빛으로 물들인 별장 속. 그곳은 마치 《닥터 지바고》의 유리네 집처럼 한 폭의 그림 같은 고요와 아름다움 속에 자리하고 있다.
별장은 따뜻한 불빛으로 차가운 겨울밤을 밀어내고, 벽난로에서는 불꽃이 격정적으로 타오른다. 불길이 춤추듯 타오를 때마다 나무 향이 공기 속에 스며들고, 나무가 타는 소리는 불규칙한 심장 박동처럼 공간을 가득 채운다.

벽난로 앞에는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낮은 대화는 창밖의 적막을 상쇄시키듯 따스하게 퍼져 나간다.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나누는 담소는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 같고, 그 속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 듯 정지되어 있다.
창밖은 전혀 다른 세계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눈발과 바람 소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어딘가 먼 숲 속에서 승냥이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그 울음소리는 겨울의 고요를 깨고, 숨죽였던 공기 속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숲은 폭설로 인해 신비로운 어둠 속에 잠식되어 있다. 거대한 나무들은 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흔들리고,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깃든 생명들은 폭설 속에 몸을 숨기며 간혹 생존의 울음을 토해낸다.
 그 와중에 승냥이의 울음은 더욱 가까워지는 듯,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문득 말을 멈추고, 잠시 창밖을 응시하며 침묵 속에 빠진다. 바람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별장의 작은 유리창이 바람의 분노에 떨리는 듯 흔들린다.

별장 안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외부의 세계는 차갑고 잔혹하다. 벽난로의 불꽃은 점점 사그라들며 실낱같은 불빛만 남기고, 사람들의 속삭임도 차분해진다.
그 순간, 안과 밖의 경계는 불안하게 흐려지고, 별장은 두 세계 사이에 외롭게 떠 있는 섬이 된다. 승냥이의 울음소리가 마지막으로 멀어지는 순간, 다시 별장은 고요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 고요는 더 이상 단순한 평화가 아니다. 그것은 불안과 아름다움, 따뜻함과 추위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몽환적이고도 드라마틱한 긴장감이다.

깊은 산속의 이 별장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공간이자, 생명과 자연이 뒤섞여 있는 세계다.
눈부신 겨울밤 속에서 별장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의 한 장면이 된다. 눈은 계속 내리고, 불빛은 점점 더 희미해지며, 이 밤의 이야기는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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