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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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시인 유숙희
하나하나 사람의
모습이 되기까지
엄마 뱃속은
아기의 우주이리라
우주 속의 우주로 나와
한 생명이 싸인
포대기는
아기가 숨 쉬는 요람
귀퉁이가
트더진 사이로
손가락 발가락
자꾸 들어가 울상
작고 여린
손 발 다칠세라
예쁘게 잘 고쳐 달라는
젊은 엄마의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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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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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의 시는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다.
유 시인의 시 '포대기'는 단순한 일상적 풍경 속에서도 생명의 신비와 어머니의 사랑을 담아내는 섬세한 시각이 돋보인다. 이 시는 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우주와 포대기에 비유하며, 삶의 시작과 보호받는 시간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시인은 먼저 태아의 상태를 "엄마 뱃속은 아기의 우주"로 묘사한다. 이 구절은 생명의 시작을 우주라는 거대한 은유로 풀어내어, 아기가 세상에 나오기 전의 상태를 숭고하게 형상화한다. 태아에게 있어 어머니의 뱃속은 전부이고, 그 속에서의 시간은 새로운 생명이 형성되는 근원적 장소이다. 이러한 표현은 단순히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시적인 가치로 승화된다.
또한, 태어난 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있는 모습을 "아기가 숨 쉬는 요람"이라 칭하며, 생명을 보호하고 돌보는 어머니의 손길을 강조한다. 특히 "귀퉁이가 트더진 사이로 손가락 발가락 자꾸 들어가 울상"이라는 표현은 실제 육아의 세세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 이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세심한 보호와 배려를 상징하며, 삶의 초기 단계를 책임지고 돌보는 어머니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젊은 어머니가 아기의 손과 발을 보호하기 위해 포대기를 "예쁘게 잘 고쳐 달라"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 구절은 단순한 육아의 한 장면을 넘어,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미소는 단지 표정이 아니라, 자녀를 위해 기꺼이 애쓰고 헌신하는 내면의 빛을 상징한다.
유숙희 시인의 '포대기'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생명과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숭고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는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 깊이는 독자들에게 삶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작가는 단순한 육아의 장면 속에서도 인간 존재의 근원적 아름다움과 사랑의 가치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걸작임에 틀림없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