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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 ㅡ 시인 백영호

김왕식








서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



시인 백영호





약 20여 년 전쯤에
아이야,
열 살 네가 태어나기 전
서해안 태안 앞바다에
유조선 충돌 사고로 원유 쏟아
바다 전체를 기름칠갑
오천만 국민 기름제거
자원봉사 나섰던 거

2007년 12월 겨울
예인선이 유조선과 충돌
약 8만 배럴 원유가
태안바다 양식장 덮었고
천리포 만리포 해수욕장 덮어
전국에서 150만 자원봉사 손길
펼쳤으니 그 손길 중 하나가
이내 양손 양발이니 참, 새롭다

그 상처 말끔히 치유하고
태안은 옛 풍광 되찾았다만
서해안도 남해 못잖게
쓰레기 폐그물 오염 심각하니
다신 이 땅에 이런 재앙 없어야지
백번 다짐보다 실천 수행일 테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은
환경과 시대의 아픔을 몸소 실천하는
애국 시인이다.
그의 사물을 바라보는 눈은
마치 꿩을 쫓는 날카로운 매와 같다.

백영호 시인의 작품 "서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환경과 시대의 아픔을 진솔하게 드러낸 생태시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며 이를 실천으로 옮기고자 하는 시인의 애국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시는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넘어, 기억을 환기시키고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시인은 약 20년 전의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회상하며, 그 심각성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열 살 네가 태어나기 전”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다. 이 시점의 설정은 개인적 경험을 사회적 문제와 연결시키며, 사고의 심각성을 독자의 마음에 새긴다.

“바다 전체를 기름칠갑”이라는 구절은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사고의 참혹함을 전달한다. 유조선 충돌로 오염된 바다는 단순한 환경 파괴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150만 자원봉사 손길”과 “이내 양손 양발”이라는 구절은 재난 극복의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개인의 행동이 공동체를 구할 수 있다는 시인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 상처 말끔히 치유하고”라는 구절은 재앙의 극복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곧이어 “쓰레기 폐그물 오염 심각하니”라는 문장으로 현재의 문제를 언급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과거의 교훈을 통해 현재의 실천을 강조하는 구조는 시인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히 만든다.

마지막 연에서 “백번 다짐보다 실천 수행일 테지”라는 문장은 시인의 철학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환경 문제를 단순히 말로만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실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백영호 시인은 자연과 환경을 단순한 배경으로 다루지 않고, 시대의 아픔과 교훈을 담아내는 생명체로 바라본다. 그의 시는 복잡한 미사여구를 배제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시인이 독자와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또한, 자연의 아픔을 관찰하고 이를 시로 표현하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순히 비판적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적 의지를 보여준다.

"서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단순한 기록 시를 넘어, 시대의 상처와 교훈,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생태시이다.
시인은 생동감 있는 표현과 따뜻한 인간애로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환경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그의 시는 단순한 문학적 아름다움을 넘어, 실천과 변화를 촉구하는 진정한 생태시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존경하는 백영호 시인님께,





시인님의 글을 읽으며 태안 앞바다에서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났습니다. 약 20년 전, 서해안에 기름띠가 드리워졌던 그 끔찍한 사고 현장에 제가 직접 있었던 기억입니다. 바다라기보다는 거대한 폐허처럼 보였던 그날의 광경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검은 기름으로 덮인 해안선과 고통 속에 갇힌 생명들은 당시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 손을 모았습니다.

기름에 뒤덮인 바위를 닦고, 힘겹게 숨을 이어가던 작은 생명들을 구하던 순간들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작은 걸레 하나로 그 거대한 오염을 제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모여 조금씩 해안선이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 뒤에는 무거운 죄책감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재앙은 자연이 아닌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제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특히 작은 게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몇 시간씩 기름을 닦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체감하며,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생명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 자연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며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이곳의 기름을 닦아내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른 재앙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러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제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제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자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결국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시 손에 묻었던 기름 냄새는 아직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깨워 주는 흔적이기도 합니다.

이제 태안 바다가 옛 모습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접하며 기쁘지만, 동시에 다짐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저부터 실천하고 행동하겠다고 말입니다. 시인님의 시는 당시의 제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잊고 지내던 다짐을 되새기게 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시인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인님의 글이 많은 이들에게도 저와 같은 깨달음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리라 믿습니다. 항상 좋은 시로 우리의 삶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영애, 노영선, 안길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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