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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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
도심 한복판의 작은 카페.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고스란히 쏟아지고, 바깥은 여전히 바쁘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오가고, 차들이 도로 위를 쉼 없이 달린다. 하지만 카페 안은 그런 외부와는 단절된 작은 세계처럼 느껴진다. 작은 원형 테이블, 적당히 거리를 둔 의자들, 그리고 그곳에 앉은 손님들. 이 평범한 풍경 속에서, 요즘의 카페는 왠지 모를 묘한 기운을 품고 있다.
테이블 간격이 좁다. 너무나 가까워서, 마치 옆자리의 대화가 내 자리의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그때 그 사람이 말했잖아!" 옆 테이블의 대화가 불쑥 내 귀로 들어온다. 그 말의 첫 문장은 마치 잘못 배달된 메시지처럼 나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듣고 싶지 않아도, 귀를 막을 수도 없다. 커피를 홀짝이며 대화에 집중하려 해도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비집고 들어와 우리의 대화 속으로 섞여 버린다.
"그게 사실은 말이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어."
옆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괜히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 대화는 이따가 하자." 친구는 이렇게 말하고는 커피잔을 집어 든다. 이상한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불쾌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쩐지 익숙하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처럼 느껴진다. 개인의 영역이 모호해지고, 공적인 공간 속에서 누구나의 이야기가 흘러 들어오는 세상.
테이블이 너무 가까워도,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옆자리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 것도 모두 당연해 보인다. 한때는 책이나 노트북에 몰두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있다. 사소한 이야기가 오가며 그들만의 작은 세상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옆 테이블의 목소리를 배경음처럼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 친구가 작게 읊조린다. 맞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삶의 일부를 여기에 쏟아내고 있다. 그것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 있는 모두의 것이 된다.
이 묘한 경험이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요즘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흘러가고, 감정이 교차하며,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테이블 사이의 좁은 간격은 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든다. 그 가까움이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소통인지도 모른다.
카페의 문을 나설 때쯤,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여전히 귀에 맴돈다.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가 그저 그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삶의 한 조각이, 이 작은 공간에서 우리의 일상이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간다.
요즘의 카페는 그런 곳이다.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지만, 누구나 서로를 느낄 수 있는 묘한 공간. 테이블 간격은 좁아졌지만, 마음의 간격은 어쩌면 조금 더 넓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