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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 앉은 마음

김왕식









놀이터에 앉은 마음





김왕식





나이가 들어 머리가 희어지고,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의지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육신은 세월의 흔적을 피할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한결같다. 어린 시절의 그 순수함, 설렘, 놀이의 즐거움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어린 시절의 추억을 “순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것은 평생 마음속에 깃드는 “영원”이다.

어린 시절 놀이터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세계였다.
모래더미 속에 손을 파묻고, 작은 돌멩이를 비석 삼아 세우며, 서로의 손끝에서 튀어 오르던 공깃돌 하나하나에 웃음이 실렸다. 놀이터에서 흘리던 땀방울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마음의 순수함과 열정을 온전히 쏟아내던 빛나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이제는 놀이터에 몸을 두지 못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마음은 쉽게 늙지 않는다. 때로는 지팡이에 의지해 느리게 걸으며, 차갑게 변한 손마디를 마주할 때마다 세월의 무게를 느끼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뛰놀던 어린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지금도 공깃돌을 튕기고, 비석을 세우며 웃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도, 몸이 점점 느려져도, 놀이터의 아이는 결코 조급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이 마음의 아이를 잊는다. 나이가 들수록 어른다운 모습, 성숙한 태도라는 사회적 기준에 갇혀 스스로를 꾸미며 살기에 급급하다. 마음속 아이는 꾸밈없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나는 아직 여기 있어. 넌 날 버린 적 없어."

그 목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진정한 평화를 찾는다. 그 목소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따뜻한 회상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마음속 어린아이를 바라보고, 그와 대화하며, 그가 기억하는 놀이를 다시금 떠올려보자. 나이는 육체를 묶을 수 있지만, 마음은 자유롭다. 어릴 적 주저앉아 돌멩이를 굴리고 웃던 그 순간처럼,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놀이터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당신은 마음속 놀이터에서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가?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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