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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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0.01%의 진풍경
지하철 풍경은 언제나 비슷하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노선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마다의 세상에 빠져드는 95%의 사람들. 누군가는 화면을 쓸어 넘기며 뉴스를 읽고, 또 누군가는 게임 속 점수를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나머지 4%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조는 중이다. 피곤한 하루의 여정을 잠시 끊고, 흔들리는 열차의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짧은 휴식을 취한다. 책을 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0.1%, 어쩌면 그보다 더 적은 비율일지도 모른다. 책장 넘기는 소리조차 잊혀버린 이 공간 속에서, 책은 사치품처럼 느껴진다.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 0.89%의 사람들 역시 흘러가는 풍경의 일부일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표정도 없는 그들의 얼굴은 어쩐지 비어 있는 듯하다.
오늘, 조금 특별한 장면을 마주했다. 0.01%. 그 적은 확률 속에서 한 학생이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볼펜을 들고 고개를 숙여, 종이에 열심히 계산을 적어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책도 아닌, 공책과 숫자들 속에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지하철 안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이렇게 새삼스레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이게 바로 0.01%의 진풍경일지도 모르겠다고. 특별할 것 없던 하루에 작은 파동처럼 스며든 그 모습은, 내게 묘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한 내 눈은 오늘 호사豪奢를 누렸다.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함은 숨어 있다는 것을, 그 학생이 내게 가르쳐준 것만 같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