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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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절정에서
시인 백영호
고요가 고요를 낳아
침묵이 어둠의
절정을 향하는 시각
고요는 운행을 계속
절정의 어둠 고갯마루에
이 고요 걸터앉아
잠시 휴식하는 찰나
앗,
사르륵사르륵
지구촌 자전소리
찰싹,
내 정신뼈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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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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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시 고요의 절정에서는 삶의 본질과 우주의 섭리를 탐구하는 깊은 철학적 성찰과 미학적 감각이 돋보인다. 시인은 고요와 침묵을 중심 소재로 삼아, 그 안에 숨겨진 역동적 운행과 내면의 깨달음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첫 연에서 "고요가 고요를 낳아"라는 표현은 고요가 단순한 정적 상태가 아니라 또 다른 고요를 창조하며 확장되는 생명력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시인이 삶 속에서 단순히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깊어지는 내면을 추구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사유는 침묵과 어둠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더욱 심화된다.
특히, "침묵이 어둠의 절정을 향하는 시각"은 고요와 침묵이 단순한 소멸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탄생을 준비하는 순간임을 암시하며, 고요 속에서 진정한 본질을 깨닫는 시간적 흐름을 형상화한다.
둘째 연은 고요의 움직임과 변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운행을 계속"하는 고요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우주적 순환을 상징한다. "절정의 어둠 고갯마루"는 삶의 한계 혹은 도달점에 가까워진 경지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고요 걸터앉아 잠시 휴식하는 찰나"는 잠깐의 정적이 오히려 더 큰 움직임을 준비하는 중요한 지점임을 시사한다. 이는 백영호 시인의 철학적 가치관, 즉 일상의 모든 순간에도 가치와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마지막 연은 시의 정점을 이루며,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준다. "사르륵사르륵 지구촌 자전소리"는 고요 속에서도 지속되는 우주의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이는 마치 인간 존재의 보이지 않는 숨결과 같다. "찰싹, 내 정신뼈 때린다"라는 표현은 이러한 깨달음이 단순한 사유를 넘어 실제적이고 강렬한 경험으로 다가왔음을 암시한다.
이는 백영호 시인이 자신의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즉, 일상 속의 고요와 침묵이 단순히 소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큰 깨달음과 연결된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통로라는 것이다.
백영호 시인의 작품은 그의 삶의 가치철학을 반영하며, 고요 속에 담긴 생명력과 우주의 조화를 미학적으로 구현한다. 그는 고요와 침묵을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관계를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고요 속에 깃든 의미를 새롭게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는 단순한 언어를 넘어선 철학적 깊이와 감각적 이미지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백영호 시인의 미의식과 철학적 성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