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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왕식






용서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용서는 단순히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끝나지 않는다. 용서는 그 자체로 무서운 힘이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잘못을 덮어주거나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용서함으로써 나 자신도 자유롭게 되는 과정을 포함한다. 누구나 용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용서에는 깊은 자기 성찰과 깨달음이 필요하다.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잘못을 쉽게 지적하고 판단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행위에 분노하고 상처받는 것은 당연한 감정이다.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이 어떤 자격으로 남을 탓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과연 완벽한가?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실수를 저지르고 상처를 준 적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잘못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타인을 비난하거나 정죄할 자격이 없음을 깨닫는 것이 용서의 출발점이다.


내 경우를 본다.

특히 남을 자주 지적하는 행동은 자신의 죄를 숨기거나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춰내고 지적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우리를 더 큰 죄의식과 고립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결국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덮어주는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더 나아가, 용서에는 자신이 먼저 죄인임을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를 인정하고, 나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남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깨달은 사람만이 타인의 실수와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죄인임을 알고 회개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남을 용서할 수 있다.


용서의 힘은 자신의 죄를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돌아보는 사람은 남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본 사람은 남의 잘못을 보기 전에 그 잘못 뒤에 숨은 사연과 아픔을 헤아리려 한다. 이러한 사람은 상대방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용서의 출발이다.


우리는 종종 남을 용서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나는 착한 사람이다’라는 위안을 주려 하기도 한다. 진정한 용서는 내가 죄인임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내가 죄인이기 때문에 사실 남을 용서할 자격도 없지만, 그럼에도 용서를 선택할 때 우리는 새로운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인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행위이다. 내가 용서함으로써 얽매였던 관계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용서는 어려운 선택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넘어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때로는 상처와 분노가 깊을수록 용서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사람은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 사람은 용서를 통해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연약함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용서는 심판이 아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허용하거나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더 이상 정죄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이제 다시 묻자. 우리는 과연 남을 용서할 자격이 있는가? 사실 우리는 모두 죄인이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다. 그렇기에 용서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깊은 성찰과 결단에서 비롯된 힘이다. 남의 죄를 보기 전에 자신의 죄를 먼저 살피는 자만이 진정한 용서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과정은 용서의 주체가 된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상대방에게도 자유를 줄 수 있는 무서운 힘이 된다. 진정한 용서는 이처럼 인간적인 연약함을 넘어선, 놀라운 사랑의 행위다.


용서는 나 자신과 상대방을 치유하는 힘이다. 그 힘은 내가 죄인임을 깨닫고, 그 죄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용서의 힘은 단순한 감정적 태도가 아니라,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삶의 과정이다. 이 무서운 힘을 우리는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그것은 오직 자기 성찰과 결단에서 비롯될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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