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

김왕식








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





시인 김재진


별에서 소리가 난다
산냄새나는 숲 속에서
또는
마음 젖는 물가에서
까만 밤을 맞이할 때
하늘에서 별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자작나무의 하얀 키가
하늘 향해 자라는 밤
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

겨울은 더 깊어
호수가 얼고
한숨짓는 소리
가만히 누군가 달래는 소리
쩌엉쩡 호수가 갈라지는 소리
바람소리
견디기 힘든 마음 세워
밤하늘 보면
쨍그랑
소리 내며 세월이 간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재진의 시 '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는 자연과 인간의 고통을 소리로 연결하며 삶의 깊이를 탐구한 작품이다.
이 시는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을 통해 내면의 상처와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작가가 지닌 삶의 가치철학과 작품의 미의식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다.

김재진 작가는 자연을 삶의 상징으로 활용하여 인간의 감정과 고뇌를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시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의 철학은 자연과 삶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자연의 소리와 변화 속에서 인간이 위로를 얻고 삶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을 탐구한다.
이 시에서도 별, 숲, 물가, 자작나무, 호수 등 자연적 요소가 중심에 자리하며,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아픔과 위로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시의 도입부에서는 자연이 주는 위로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하늘에서 별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 위로가 된다”는 구절은 자연 속에서 삶의 고통을 견디는 힘을 얻는 순간을 상징하며, 이는 작가의 철학적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고통 속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존재를 떠올리는 행위는 희망과 평온을 찾는 인간의 본질적 노력을 나타낸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자작나무와 겨울 호수를 통해 고통의 소리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자작나무의 “하얀 키”는 하늘을 향해 자라는 존재의지로 읽히며, 고통 속에서도 성장하려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다. “가슴 아픈 것들은 다 / 소리를 낸다”는 문장은 고통이 단순히 억눌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의 한 부분이며, 그것이 소리를 통해 표현되고 자연 속에서 공명한다고 암시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겨울의 깊은 고요 속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나열하며 고통과 위로의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얼어가는 호수에서 나는 “쩌엉쩡” 소리와 시간이 흐르며 “쨍그랑” 깨지는 소리는 세월과 함께 아픔도 흘러간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고통을 지나 삶의 순환 속에서 치유를 발견하는 작가의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컨대, 김재진의 시 '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는 자연과 인간의 고통을 감각적으로 연결하며, 고통 속에서도 위로를 찾는 삶의 철학을 제시한다. 작가는 자연의 소리를 통해 인간의 아픔을 다정히 어루만지고, 삶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는 시적 세계를 구축했다.
이 시는 김재진 작가의 깊은 철학적 사유와 미적 감각이 응축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