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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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은 가까이에 있다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삶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하루를 버티는 일이 전부였던 그는 묻는 말에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복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그를 멈칫하게 했다. 마침내, 그는 굳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대답했다. “돈 많은 것이 복이지요.”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빈곤의 굴레 속에서 부유함만이 해방의 열쇠처럼 보였다.
돈 많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쓸쓸함으로 번졌다. “건강이 복입니다.” 그는 짧게 대답했다. 아무리 많은 돈이 손에 있어도, 병약한 몸으로는 그 무엇도 누릴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물었다. 그의 얼굴은 활기가 넘쳤지만,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화목한 가정이 복이지요.” 건강이라는 축복을 누리면서도, 가족 간의 갈등은 그를 밤잠 이루지 못하게 했다. 몸이 튼튼한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자리를 그는 화목에서 찾고 있었다.
화목한 가정을 이룬 사람은 어떤 복을 꿈꿀까?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식이 있는 것이 복이지요.” 하지만 그 미소에는 어딘가 깊은 허전함이 담겨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도, 아이 없는 고요함이 그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아이를 가진 사람은 또 다른 답을 내놓았다. “무자식이 복입니다.”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자식을 키운다는 건 끝없는 걱정과 고단함이죠. 자유로운 삶이 그립습니다.” 자식을 품에 둔 기쁨 뒤에는 책임이라는 무거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식이 없는 사람은? 그는 조용히 말했다. “자녀가 잘되는 것이 복입니다.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행복이 참 부럽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끝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복으로 여겼다. 남의 것을 갈망하는 마음은 점점 더 큰 불만과 갈증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자는 부유함을, 부유한 자는 건강을, 건강한 자는 화목을, 화목한 자는 자식을, 자식을 가진 자는 자유를 갈망하며, 삶을 채우지 못하는 공허함 속에서 복을 찾으려 애썼다.
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눈앞에 펼쳐진 일상 속에서, 내 손안에 쥔 소소한 것들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다. 감사는 그 복을 발견하는 열쇠이다. 내가 가진 것을 돌아보고, 그것에 감사하는 순간, 복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돈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면 그것이 복이다. 건강하지 못하더라도 내 곁에서 나를 위로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이 복이다. 아무리 작아 보이는 것이라도 내 삶을 채우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복이다.
복은 완벽함이 아니다. 복은 부족함 속에서도 느껴지는 충만함이며, 바람이 아닌 감사에서 피어나는 기쁨이다. 우리는 모두 나만의 복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의 복과 다르더라도, 그것이 내 삶 속에 있는 한 그것은 소중하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라.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 시작할 때, 세상은 달라 보인다. 부족하다고 느꼈던 삶이 어느새 충만한 빛으로 가득 찬다. 복은 내가 그것을 느끼는 순간 비로소 완전해진다. 그리고 그 복은 내 삶을 더욱 깊고 넉넉하게 만든다.
결국 복은 나의 선택이다. 내가 감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모든 것이 복이 되고, 내 삶은 그 자체로 찬란해진다. 복은 내가 사는 이 순간, 내 곁에 머물며 내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