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명절이다

김왕식






그럼에도, 명절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점점 더 많은 혼란과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영역에서 안정감이 사라지고, 마치 끝없이 흔들리는 파도 위에 선 배처럼 우리의 일상도 불안정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맞이한 이번 명절은 예전처럼 즐겁고 따뜻하지 않다.

과거 명절은 그 자체로 축제였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들며 따뜻한 밥을 나누던 시간은 삶의 작은 쉼표였다. 요즘 명절은 그저 한 가지 의무처럼 다가온다. 명절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 가고,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정치적 혼란은 극에 달했다.

나라에 대통령이 없다.

국무총리도 없다. 장관도 없다.

몹쓸 국회의원만 득실하다.

그것도 둘로 갈라져 양 극단 모서리에 서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갈등과 대립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국민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중심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도 화기애애한 대화 대신 서로의 의견 충돌로 긴장이 감도는 경우를 자주 만든다. 명절이면 뉴스에서 보고 듣는 소식들은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사람들은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화를 돌리기 바쁘다.

경제적 상황 또한 명절 분위기를 짓누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물가 상승은 가정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풍요로운 명절 상차림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사치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는 고향 방문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자녀들에게 선물을 건넬 수 없어 마음 아파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명절은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의 장이 아니라, 경제적 격차와 현실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회적 갈등 또한 명절의 즐거움을 앗아가고 있다. 세대 간의 차이, 계층 간의 갈등, 그리고 문화적, 이념적 대립은 가족 간의 대화를 불편하게 만들고, 갈등의 불씨를 곳곳에 흩뿌린다. 서로 다른 세대와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 모였을 때, 공통의 대화 주제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했던 공감과 이해의 감정은 점점 사라지고, 서로를 설득하려는 논쟁이 대화를 대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명절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간이다. 아무리 세상이 혼란스럽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도, 명절만큼은 가족과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명절이라는 특별한 시간만큼은 그 모든 혼란에서 잠시 벗어나 따뜻함을 나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결국,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위로와 배려이다. 완벽하지 않은 명절일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나은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따뜻한 한 끼 식사와 진심 어린 대화, 그리고 사소한 감사의 표현이 모이면,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명절의 의미는 여전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명절은 예전처럼 즐겁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고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그 안에서 작은 행복과 의미를 발견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 노력이 결국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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