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발라가며 쓴 몽당연필

몽당연필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작은 일에 큰 기쁨을 느낀다. 그 작은 일들이 바로 옛날 추억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친한 친구와 무슨 놀이를 했는지, 첫사랑을 했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한다. 하지만 이 모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그 당시의 물건들이다.

나의 경우, 그 물건은 연필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돌아와 숙제를 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침을 발라가며 쓰다가 연필이 너무나도 짧아져 몽당연필이 되었다.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작아지면, 볼펜대에 껴서 썼다. 이렇게 만들어진 몽당연필은 내가 열심히 공부한 증거로, 소중히 모아두었다. 수북이 쌓인 그 연필들은 나의 자랑스러운 보물이었다. 마치 연필 하나하나가 내 성적을 끌어올려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술은 발전한다. 이제 우리는 샤프펜슬을 사용한다. 샤프펜슬은 편리하고 실용적이다. 연필을 깎을 필요도 없고, 언제나 날카롭게 사용할 수 있다.

샤프펜슬에는 어린 시절의 몽당연필이 주는 그 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글씨를 쓰는 도구로 전락한 것 같다.


어려운 시절, 나는 몽당연필로 쓴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았다. 그때의 나는 작은 연필로 큰 꿈을 그렸다.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때마다, 연필을 깎는 것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ritualㅡ 의식ㅡ처럼 느껴졌다. 그 간단한 행동에도 내 꿈과 희망을 담아 보냈다.


이제 나는 성인이 되어, 삶의 여러 면을 복잡하게 조율하며 살아간다. 샤프펜슬과 같은 현대의 편리함은 매우 감사하지만, 때로는 어린 시절의 몽당연필처럼, 삶의 간단함과 순수한 열정을 그리워한다.


나의 몽당연필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의 향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을 상기시켜 준다. 가끔은 샤프펜슬을 내려놓고, 그 몽당연필을 집어 들어 작은 꿈을 다시 써보고 싶다. 그리고 그 꿈이 큰 꿈으로 자라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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