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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식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김왕식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달삼은 바깥세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다르면서도 어딘가 닮아 있었다. 바쁘게 지나가는 걸음, 서로에게 무심한 눈길, 혹은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된 시선. 이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문득 한 줄의 시가 떠올랐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섬’.

짧은 두 줄짜리 시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섬이라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니.

그 섬은 고립의 상징일까,

아니면 휴식의 공간일까?

그때였다.

누군가 달삼의 맞은편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달삼보다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낡은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 있었고,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다 말고 달삼을 바라봤다.

"그 섬,"

그가 입을 열었다.

"가보고 싶어?"

그 말에 달삼은 순간 얼어붙었다.

방금 떠올린 시를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했고, 달삼은 이유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시집을 가만히 펼치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카페의 벽이 사라지고, 달삼과 남자는 어느새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에 서 있었다. 투명한 파도가 발목을 스쳤고, 저 멀리 작은 섬 하나가 고요히 떠 있었다. 바람은 잔잔했고, 세상의 모든 소음이 그 바다 위에서는 사라진 듯했다.

"저기,"

남자가 손으로 섬을 가리켰다.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섬이야."

달삼은 말없이 섬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외로움의 상징일 줄 알았다.

섬은 전혀 쓸쓸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고 고요했다.

마치 오랜만에 찾은 안식처 같았다.

남자는 달삼의 표정을 읽은 듯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은 고립이 아니야. 오히려 진짜 자신을 만나는 곳이지."

그제야 달삼은 깨달았다.

정현종 시인이 말한 섬은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각자 마음속에 있는 고요한 공간이었다. 우리는 때로 서로 너무 가까워서 숨이 막히고, 또 때로 너무 멀어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 섬은 그 거리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달삼은 중얼거렸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

다만,

그 섬이 고립이 되느냐,

아니면 평화가 되느냐는 스스로에게 달렸지."

말이 끝나자마자,

둘은 다시 카페로 돌아와 있었다.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변함없었지만, 달삼은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작은 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로 무심한 듯 스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각자의 섬을 지키며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날 이후, 달삼은 가끔 그 섬을 찾는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나를 마주하고,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온다. 섬은 더 이상 외로움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지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는 공간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는 그렇게 달삼에게 속삭였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우리는 그 섬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때로는 그 거리가 필요하다는 걸, 그 섬이 있기에 우리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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