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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태워야 빛나는 삶

김왕식







자신을 태워야 빛나는 삶





촛불은 고요한 어둠 속에서 따뜻한 빛을 내며 우리 곁을 밝힌다. 이 빛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촛불은 자신을 태움으로써, 서서히 녹아내리며 생명을 불태워야만 그 빛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단순한 진리는 우리 삶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타인을 위해, 혹은 어떤 목적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때, 진정한 빛과 가치를 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현대 사회는 효율성과 자기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우선시하며 타인의 필요를 외면하거나,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러한 삶이 과연 우리를 진정으로 빛나게 할 수 있을까? 촛불처럼 자신을 태우는 과정 없이 얻은 성취는 순간의 만족에 불과할 수 있다. 오히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희생과 헌신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와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의 사랑이 그렇다.
부모는 자식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바친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자신의 꿈을 잠시 미루면서도 자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희생한다. 이러한 부모의 사랑은 마치 촛불처럼 자신을 태우는 과정에서 자녀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된다. 이처럼 사랑은 자신을 소모함으로써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법이다.

또한, 사회 곳곳에서도 이러한 촛불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의료진, 소방관, 군인, 봉사자 등 많은 이들이 타인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자신의 안락함을 기꺼이 포기한다. 이들의 헌신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밝히는 빛이 되어준다. 때로는 이러한 희생이 보상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그들이 남긴 빛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운다.

자신을 태워야만 빛날 수 있다는 이 말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전부 소모하여 결국 스스로를 잃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나눔과 헌신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촛불이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빛을 내듯, 우리 역시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가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을 태운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 희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집과 편견을 내려놓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 또한 하나의 '태움'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손을 내미는 것도 빛을 내는 방법이다. 이러한 내면의 태움은 우리의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준다.

결국, 촛불처럼 자신을 태워 빛을 낸다는 것은 곧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둠을 밝히듯, 우리의 작은 희생과 나눔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타인을 위한 작은 배려, 이해, 그리고 사랑이 모여 큰 빛을 이루고, 그 빛은 우리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한다.

촛불은 자신을 태움으로써 어둠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서 있다. 우리도 그러한 촛불처럼,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불태우며 타인과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결국, 자신을 태워야만 우리는 진정한 빛을 낼 수 있다. 그 빛은 세상 어디에서든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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