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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피어나는 사랑

김왕식






부부의 사랑은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그 순간이 모여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연인 안최호는 바로 그러한 사랑이 묻어나는 사람이다.
부산으로 가는 길, 밤새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동행을 자처하는 모습은 사랑의 가장 자연스럽고도 숭고한 형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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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피어나는 사랑




청람 김왕식




어제저녁, 남편은 부산으로 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 새벽 일찍 도착해야 하기에 밤새 운전할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던 아내는 조용히 부엌으로 가 밤새 먹을 간식과 아침밥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양이 두 배나 많았다. 남편이 이상하게 여겨 물었더니, 아내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당신 따라 옆자리에 앉아 부산을 동행하고 싶어요."

그 한마디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요즘 구정이 끝난 뒤 일이 없어 여러 가지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조용히 그의 마음을 살피고 있었다. 말로 다하지 않아도, 그녀는 남편의 어깨에 내려앉은 무거운 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자신이 다니던 일터에 휴가서를 제출하고, 기꺼이 동행을 결심했다. 그것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 그 길을 걸으며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차가 어둠 속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새벽 찬 공기가 창문을 두드리고, 차 안은 조용한 음악과 함께 부드러운 정적이 흘렀다. 아내는 연신 남편을 챙겼다. 졸음운전을 할까 봐 걱정되어 끊임없이 말을 시키고, 땅콩이며, 간식이며, 손수 준비한 것들을 하나둘 내밀었다. 그 손길 하나하나에 사랑이 스며 있었다.

"당신 피곤하면 잠깐 쉬었다 가요."

아내는 그렇게 남편이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말없이 나누는 빵 한 조각, 서로를 위해 준비한 작은 행동들이 부부라는 이름 아래서 더욱 빛을 발했다.

애쓰던 아내는 결국은 먼저 지쳤다. 어느 순간, 그녀는 뒷좌석으로 넘어가더니 금세 잠에 빠졌다. 깊이 잠든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했다. 피곤에 지쳐 졸던 남편도, 그런 아내를 보고는 미소를 짓는다. 그 순간, 그는 문득 깨닫는다.

"이것이 가난 속의 행복이고, 사랑이구나."

화려한 것 없어도,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고,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그의 가슴을 두드렸고, 그 사랑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씻겨 내려갔다.

부부의 사랑은 거창한 선물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순간 속에 깃든다. 길 위에서 함께 걱정하고,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고, 힘들 땐 어깨를 내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부부의 정이고, 행복이 아닐까.

차는 여전히 어둠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뒷자리에서 아내는 코를 골며 깊이 잠들어 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고마워.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

어둠을 뚫고 달리는 차 안, 사랑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ㅡ 청람







선생님의 글 '길 위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읽으며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습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일상의 순간들이 선명하게 다가와, 한동안 글 속에서 떠날 수 없었습니다. 부부의 사랑이란, 화려한 언약도, 값비싼 선물도 아닌, 함께하는 순간 속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부산으로 향하는 밤길, 피곤에 지친 남편을 위해 묵묵히 동행을 자처하는 아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말없이 준비한 간식과 아침밥, 운전하는 남편을 위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 주는 따뜻한 배려. 사랑은 이렇게 작고 소박한 손길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 것이겠지요.

특히나 "이것이 가난 속의 행복이고, 사랑이구나."라는 문장에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크지 않은 순간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같은 길을 걸으며 나누는 정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뒷좌석에서 곤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남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저 또한 덩달아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저 또한 지난날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했던 길 위에서의 순간들, 별다를 것 없었지만 마음이 따뜻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잊고 지낸 사랑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길 위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란 제목처럼, 우리 삶 속에서도 크고 작은 순간들이 쌓여 결국 사랑의 꽃을 피운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더 자주 사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때로는 사랑이란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곤 하지만, 함께 걷는 길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글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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