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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士, 師, 使, 事)의 의미를 묻다

김왕식








사(士, 師, 使, 事)의 의미를 묻다



청람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흔히 ‘사(士, 師, 使, 事)’ 자가 들어간 직업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기지만, 정작 그 의미의 차이를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법조인을 떠올릴 때 ‘사’ 자가 들어가 있음을 알지만, 의사, 약사, 교사도 같은 글자를 쓰고 있다.

어떤 것은 ‘事’, 어떤 것은 ‘士’, 또 어떤 것은 ‘師’로 표기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음운적 유사성이 아니라, 각 직업이 가지는 본질적인 성격과 연결된다.


어느 날, 한 제자가 스승에게 이 차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물었다.

“스승님, 같은 ‘사’ 자를 쓰면서도 어떤 것은 ‘事’, 어떤 것은 ‘士’, 또 어떤 것은 ‘師’로 끝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스승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좋은 질문이다. 한자의 세계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깊은 뜻이 새겨져 있다. 네가 본 것들을 말해 보거라.”

제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법정에서는 판사(判事), 검사(檢事), 변호사(辯護士)가 있습니다. 또, 의사(醫師), 약사(藥師), 교사(敎師)와 같은 직업도 있지요. 그런데 어떤 것은 ‘事’, 어떤 것은 ‘士’, 또 어떤 것은 ‘師’로 표기되더군요.”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事’가 붙은 것은 맡은 일을 수행하는 직책을 의미한다. 판사는 판결을 맡았고, 검사는 검찰 업무를 맡았지. 즉, 이들은 나라나 기관에서 특정한 직무를 부여받아 그것을 수행하는 자들이다. 이사(理事), 감사(監事), 도지사(道知事)도 마찬가지지.”

제자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 ‘士’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스승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士’는 일정한 능력을 갖추고 자격을 얻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이다. 변호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회계사처럼 전문적인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붙지. 기사(技士)도 마찬가지다. 장학사(奬學士)나 박사(博士)도 지식과 실력을 증명해야 받을 수 있지 않느냐?”

제자는 또다시 궁금한 듯 물었다.
“그렇다면 ‘師’는 또 다른 뜻인가요?”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師’는 가르치거나, 사람을 직접 돌보는 직업에 주어진다. 의사나 약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교사는 학생을 가르친다. 사육사는 동물을 돌보고, 요리사는 직접 손으로 음식을 만든다. 즉, 이들은 단순한 자격을 넘어, 몸소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직업군이라 할 수 있지.”

제자는 점점 이해가 되는 듯했다.
“그러면 ‘使’는 어디에 쓰입니까?”

스승은 마지막으로 설명했다.
“‘使’는 일반적인 직책보다 더 높은 관직에 사용된다. 조선 시대의 관찰사(觀察使)는 도를 다스리는 최고 책임자였고, 대사(大使)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었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가지고 명령을 내리는 자리에 쓰였던 것이지.”

제자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事’는 특정한 직무를 맡은 사람, ‘士’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 ‘師’는 몸소 가르치거나 돌보는 사람, 그리고 ‘使’는 권위를 가진 높은 직위를 뜻하는 것이군요!”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같은 ‘사’ 자가 붙었다고 해서 다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事’는 특정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士’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 ‘師’는 직접 몸을 움직이며 가르치거나 돌보는 사람, 그리고 ‘使’는 고위 관직자에게 붙는다.

이러한 구분을 아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의 직업과 그 역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이 된다. 사람의 이름과 직책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이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사’ 자가 붙은 직업을 접하지만,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되새긴다면, 각자의 역할과 사명을 더욱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스승은 제자의 깨달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이를 깨닫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면, 학문에 대한 길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 자가 붙은 이름을 보면, 그 속뜻을 음미하며 살아가거라.”

제자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스승님! 오늘도 귀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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