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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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 했던가.
1975년, 푸른 꿈을 품고 경복고등학교 교정을 처음 밟았던 소년들이 반세기가 흐른 지금,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검은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스며들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16세 소년의 열정과 우정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2025년 3월 3일, 경복고등학교 한 교실에서 의미 깊은 행사가 열렸다. 1975년 입학했던 1학년 15반의 동창들이 반세기 만에 모여 ‘입학 50주년 기념 반창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들은 50년 전 담임이었던 민흥기 선생님을 초청하여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반백 년이 지난 지금, 이 모임이 가능했던 것은 여러 가지 기적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담임 선생님께서 팔십 대 중반을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건강을 유지하고 계셨고, 학생들 또한 6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함께 모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로를 바라보니 누가 스승이고 제자인지 모를 정도로 선생님은 젊었고, 학생들은 세월의 흐름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다른 반의 동창들이 보기에는 부러운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일이기도 했다. 세월의 무게 앞에서 스승이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제자가 먼저 생을 마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학년 15반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며 반창회를 성사시켰다.
이날의 행사는 한범수 전 경기대 교수와 당시 반장이었던 류제하 전 광주과기대 교수 등 몇몇 적극적인 친구의 추진으로 이뤄졌다.
총 16명의 동창이 참석했으며, 모두가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동창들이 다시 교복을 입고 책상에 앉아 옛 추억을 되새겼다는 점이다. 검정 교복과 하얀 셔츠, 교실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웃음소리,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부르는 교가까지,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다시 16세 소년으로 돌아간 듯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은 역시 담임 선생님의 덕담이었다. 민흥기 선생님은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한 고등학교 입학 50주년 행사일 것"이라며 학생들을 칭찬했고, 여전히 변치 않은 우정과 애교심에 감동을 표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에 동창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반세기 동안 이어진 인연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날 행사의 감동을 배가시킨 것은 한범수 동창이 직접 작사하고 AI로 작곡한 노래였다. 그는 노래를 통해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고, 교실 안은 어느새 깊은 감동과 추억에 젖어들었다. 한때 같은 교실에서 장난치며 어울렸던 친구들이 이제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온 뒤 다시 만나 노래로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었다.
행사의 시작은 반장이었던 류제하 교수의 선생님께 대한 경례로 열렸다. 마치 50년 전 조회 시간으로 되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말투, 농담 속에는 여전히 학창 시절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 친구들은 서로의 근황을 묻고, 건강을 걱정하며, 여전히 끈끈한 정을 나눴다.
이날의 반창회는 단순한 동창 모임을 넘어, 인생의 한 장을 함께 써 내려간 친구들이 다시 한 번 같은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경복고등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애교심이 만든 아름다운 장면이었으며, 이는 1학년 15반만의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세월은 흘러도 우정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이 있기에, 앞으로도 이러한 모임이 다른 반에서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의 기억은 또다시 먼 훗날, 새로운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 그들을 다시 교실로 불러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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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학년 1반이었다.
국어 교과목을 가르치신 박우영 선생님께서
담임이셨다.
내가 서울 오산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한
80년 대 말
선생님은 서울 용산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계셨다.
용산 지구 교사 회의에서 우연히
뵈었을 때
선생님께서
'동료 교사가 되었다'라고 기뻐하시며 꼭 안아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 뵙지 못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뵙고 싶습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