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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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속에서 피어난 희망
어둠이 내린 거리, 환한 네온사인 아래 그녀들은 조용히 술잔을 채운다. 화려한 조명 속에 가려진 얼굴들, 하지만 눈빛에는 말 못 할 사연이 가득하다. 그곳은 웃음과 술이 오가는 공간이지만, 어느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마시지는 않는다. 단지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해, 내일을 잇기 위해, 손님 앞에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그 미소의 이면에는 깊은 한숨과 눈물이 숨어 있다.
그녀들은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 누군가는 남편의 부도로, 누군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이 길을 택했다. 그들의 손에는 아직도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던 감촉이 남아 있다. 아이를 남겨두고 문을 나섰던 날,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엄마는 금방 올게." 하지만 그 ‘금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술집에서 살아가는 시간은 길고도 짧다. 밤이 깊어갈수록 허탈한 웃음과 잊고 싶은 기억들이 뒤섞여 흐른다. 손님이 건넨 농담에 맞장구를 치며 속으로는 고개를 떨군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줄 알았지만, 문득 거리를 걷다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를 보면 가슴이 저며 온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미소 짓는 그 모습이, 너무나 평범한 그 광경이 자신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묻어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란 감추려 한다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남긴 작은 신발, 늦은 밤 몰래 걸려오는 전화기 너머의 "엄마 언제 와?"라는 목소리. 그런 것들이 그녀들의 마음 한구석을 흔들어 놓는다. 문득문득 현실이 밀려올 때마다 그녀들은 절망한다. 과연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손에 잡힐 듯 멀어진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희망은 언제나 기적처럼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작은 손을 다시 잡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아이가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현실은 냉혹하고,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하지만 가정이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잠시 흔들리고 무너졌을지라도, 다시 세울 수 있는 것이 가정이다.
그녀들은 언젠가 아이의 손을 다시 잡고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따뜻한 햇살 아래 유모차를 밀며,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수 있을까. 술잔을 채우던 손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허탈한 한숨 대신 아이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
그 길이 멀고 험난할지라도, 간절히 원한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때 술잔에 눈물을 감추었던 그들도, 언젠가 다시 평범한 삶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어머니는 결국 아이를 향해 돌아간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마음이 부서진다 해도, 사랑이 있는 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언젠가 그녀들이 바라는 그 장면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기를.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다정히 산책하는 그 순간이, 다시 한 번 그녀들에게도 허락되기를.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