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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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인 이인애
아지랑이 아롱아롱한 초봄
산등성이 연무煙霧로 뒤덮이면
들썩들썩 마음을 어지럽힌다
겨드랑이에 간질간질
하이얀 날개가 돋아 난다
사뿐사뿐 봄의 꼬리를 부여잡고
새 희망 움트는 숲으로 가자
몽글몽글 버들강아지
은빛 솜털 모두어 피리를 불자
실바람에 부풀부풀 벙그는
순수한 꿈의 절정에 오르자
봄바람 살랑이면 생각이 난다
산수유꽃을 보아도
생강나무꽃을 보아도
가슴에는 불현듯 이는 그리움
잊지 못할 사람아 묻고 싶다
해마다 새봄이 돌아오면
그대도 어렴풋이 내 생각을 하는지?
우리, 새 생명 힘차게 밀어 올리는
봄의 태동을 함께 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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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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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애 시인의 사물을 살피는 눈에는 섬세함을 넘어 날카롭고, 그 너머엔 따뜻한 사랑이 있다.
시인의 시 '봄'은 새 생명의 약동과 희망의 기운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을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시인은 봄이라는 계절적 변화 속에서 삶의 역동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감각적 이미지와 따뜻한 서정으로 표현한다.
특히 "아지랑이 아롱아롱한 초봄"과 같은 표현에서 보이듯, 시인은 봄의 생동감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독자가 마치 그 풍경 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작품의 미의식은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겨드랑이에 간질간질 / 하이얀 날개가 돋아 난다"라는 구절은 봄을 맞이하는 감각적 경험을 비유적으로 풀어내며, 자유와 희망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는 봄이 단순한 계절적 변화가 아니라, 내면에서 솟구치는 생명의 의지임을 보여준다. 또한 "몽글몽글 버들강아지 / 은빛 솜털 모두어 피리를 불자"에서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환기하며, 봄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교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인애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은 이 시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으며, 변화와 순환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 생명을 품고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새 희망 움트는 숲으로 가자"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철학적 선언처럼 읽힌다. 또한, 시인은 봄을 맞이할 때마다 떠오르는 그리움과 추억을 통해 인간의 정서적 연속성을 강조하며, 자연의 흐름 속에서 개인적 기억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연에서는 "우리, 새 생명 힘차게 밀어 올리는 / 봄의 태동을 함께 누렸으면"이라는 바람을 통해, 봄이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기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시인의 작품 세계가 단순한 자연 찬미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봄'은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정서가 한데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시이며, 이인애의 삶과 문학이 추구하는 가치—즉, 자연과 함께하는 조화로운 삶, 생명의 희망, 그리고 그리움을 품은 따뜻한 감성—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