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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승과 달삼의 대화 ㅡ 서문 Prologue

김왕식









Prologue




오래된 말의 안쪽으로, 스승과 달삼이 걸어간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단어를 지나친다. 아무렇지 않게 스쳐 가지만, 그 말들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 머물며 조용히 인생을 말해왔다. 찻잔, 마루, 바람, 빈 그릇, 손 편지, 골목길… 그런 말들엔 때로는 잊힌 정서가, 때로는 잃어버린 얼굴이 숨어 있다. 그러나 익숙함은 가장 먼저 시들기 마련이라, 우리는 그 단어들에 깃든 삶의 온기를 종종 놓치곤 한다.


이 글은 그런 단어들을 다시 불러내는 여정이다. ‘스승’이라 불리는 존재와, 삶을 배워가는 제자 ‘달삼’이 함께 걷는다. 둘은 늘 같이 앉아 있고, 묻고, 기다리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답을 찾는다. 어떤 날은 비 오는 날 부쳐 먹는 빈대떡 한 장이 되고, 어떤 날은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 오래된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단어 안으로 들어가고, 단어는 곧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총 50편의 글은 우리 일상 가장 가까운 말들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단어들을 천천히 펼쳐본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눈물겹게. 삶의 표면을 걷어낸 말들 안쪽에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와 방식이 조용히 놓여 있다.


이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말의 무게를 다시 느껴보는 일, 그리고 그 말들이 품고 있는 시간과 마음의 깊이를 다시 바라보는 일. 익숙함의 안쪽에서 삶은 언제나 새롭게 태어난다. 말은 다만 그 문을 여는 조용한 열쇠일 뿐.


이제 스승과 달삼이 그 열쇠를 들고 문을 열러 간다.

당신의 마음에도 묵혀둔 단어 하나가 있다면, 부디 이 길을 함께 걸어주기를.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그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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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달삼 이야기 시리즈 50화


각 편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그 말에 스며든 정서와 삶의 의미를 스승과 달삼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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