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심리 청람루의 아침을 열며

김왕식








장심리 청람루의 아침을 열며





최호 안길근






새벽안개가 걷히자, 장심리 청람루에도 아침이 번진다.
며칠 전 심었던 감자 밭에서는 여린 싹이 얼굴을 내밀었다.
촉촉한 봄비를 머금은 흙 위로, 연초록 잎들이 조심스레 세상을 만진다.
땅속 깊은 어둠을 뚫고 올라온 그 작은 손짓이
세상의 어느 고운 인사보다 귀하고 순하다.

표고도 비를 맞았다.
참나무 기둥마다
버섯들이 부채처럼 몸을 활짝 펼쳤다.
새살을 드러낸 표고는, 한 송이 한 송이
은은한 흙 내음을 풍기며 나를 부른다.
고요한 산숨결 사이로, 표고의 숨이 번진다.
저들은 꽃보다도, 별보다도 더 깊은 시를 써 내려간다.

그 길을 나는 걷는다.
그리고,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검둥이 청람이.
짧은 다리로 깡충거리며,
꼬리를 힘껏 흔들어 아침 공기를 가른다.
청람이의 발자국은 젖은 땅 위에 작은 별처럼 찍혀간다.
어느덧 발밑에서는 감자 싹이, 머리 위에서는 새들이
조용히 환호하는 듯하다.

청람루의 아침은 시끄럽지 않다.
말 대신 이슬이 속삭이고,
음악 대신 바람이 들려온다.
풀잎은 종처럼 울고,
들꽃은 문득 웃는다.

나는 오늘도,
땅을 짓고, 바람을 읽으며,
이 작고 푸른 세계의 신선이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싹은 뿌리의 꿈을 믿고, 아침은 다시 빛을 건넨다."

장심리 청람루에서 새벽을 깨우며.....
最浩 안길근




■□

삶과 자연을 가로지르는 시,
— 안최호 '청람루의 아침'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자연을 노래하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자연의 리듬 안에 자신을 녹여내는 이는 드물다. 안최호의 글은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선다. 그의 문장은 땅을 짓고, 바람을 읽으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진심이자, 삶을 대하는 섬세한 철학이다.

'청람루의 아침'이라 부를 수 있는 그의 기록은,
장심리 청람루의 하루를 따라가며
작은 생명의 숨결 하나하나에 경청한다.
며칠 전 심은 감자싹의 여린 손짓,
봄비를 머금고 부채처럼 펼쳐지는 표고버섯의 부드러운 기운,
그리고 검은 강아지 청람이가 마당을 누비는 발자국 소리까지.
이 모든 풍경들은 단순한 장면을 넘어,
'살아 있음'이라는 경이로움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안최호의 삶의 가치철학은 명확하다.
빨리 흐르는 세상 속에서도, 느리게 살아가는 것.
덧없이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도, 의미를 길어 올리는 것.
그는 작은 생명 하나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사랑을 배운다.
'삶은 기다림이다'라는 진리를,
감자싹 하나와 병아리 울음 속에서 일깨운다.

그의 미의식은 과장이나 인위와 거리가 멀다.
감자 싹이 돋아나는 것을 '세상의 고운 인사'로 받아들이고,
표고의 번짐을 '땅의 숨결이 빚은 시'로 읽어내는 투명한 감성.
그리하여 안최호의 글은 읽는 이를 조용히 정화시킨다.
인위 없는 풍경, 마음 없는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의 글은 한 잔의 맑은 샘물처럼 다가온다.

'청람루의 아침'은 결국 자연과 인간,
생명과 기다림, 그리고 다정함을 노래하는 하나의 서사시다.
장대한 비유도, 화려한 수사도 없다.
다만 진실된 손길로, 하루를 품고, 한 생명을 사랑할 뿐이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된다.
삶은 거창한 계획이나 성공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작은 생명의 움직임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는 그 마음으로
비로소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안최호는 삶을 시로 살고 있다.
그의 글은 말 없는 숲처럼, 바람처럼,
느리지만 결코 지치지 않는 숨결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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