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한 송이 향기처럼

김왕식







주일 아침, 한 송이 향기처럼





주일 아침, 세상은 조금 느릿하다.
골목마다 햇살이 부서지고, 창틈 사이로 고운 먼지들이 부유한다.
그 고요한 시간에, 한 사람이 길을 나선다.
성경책을 가슴에 꼭 품고, 차분히 옷깃을 여민다.

할머니였다.
곱게 다린 옷에, 은은한 꽃내음 같은 미소를 얹고.
그 발걸음에는 조급함이 없었다.
오히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평화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고요했다.

햇빛은 할머니의 은빛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바람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인사를 건넨다.
가끔, 마을 아이들이 숨죽이며 바라본다.
저렇게 곱게 빛나는 노년의 뒷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가슴에 품은 성경을 천천히 매만진다.
마치 오래된 약속을 다시 쓰다듬는 듯.
그 책 속에는 지난 계절들의 눈물과 웃음,
기도와 침묵이 다 녹아 있다.

예배당으로 가는 길목에는 들꽃이 피어 있고,
작은 나뭇잎 하나도 고개를 들고 맞이한다.
할머니는 아는 듯 모르는 듯, 그 길을 걷는다.
바람 소리에도, 종소리에도,
그 발끝에는 감사가 실려 있다.

예배당 문 앞에 이르러 할머니는 잠시 숨을 고른다.
마치 문턱 너머에 숨어 있는 거룩함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성경을 더욱 가슴 깊이 안는다.
그 모습은 마치 한 송이 향기 같았다.
이 세상의 시끄러움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품어내는 한 송이의 꽃.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배당 안 공기가 살짝 떨린다.
그 향기는 말없이 퍼지고,
모두의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든다.

이곳은 기도의 집,
그리고 삶의 노래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곳.

오늘 아침,
주일을 맞아 걷는 한 사람의 뒷모습 속에서,
세상은 다시 깨끗해지고 있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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