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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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韜光養晦)
― 빛을 숨기고 때를 기르는 지혜
대낮에도 숲 속에는 그늘이 있다.
햇살은 있지만, 나무는 섣불리 제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키를 키우기 위해,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해, 조용히 어둠을 받아들인다.
도광양회.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용광로 안의 쇳물처럼,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끓는다.
바다는 스스로를 낮춰 강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시간이 오면, 모든 강을 삼키고 바다가 된다.
도광양회는 단순한 숨김이 아니다.
두려워 움츠리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자의 품격"이다.
씨앗은 땅속에 묻혀 자신을 녹인다.
서둘러 틔운 싹은 바람에 꺾이고,
때를 아는 싹은 비와 햇살을 골라 받아들이며 자란다.
진정한 강자는 조용하다.
패자는 외친다.
빛을 감추는 것은,
빛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노자는 말했다.
"허약한 듯하나 부드러운 것이 이긴다."
손자도 말했다.
"승리할 수 있어도 일부러 싸우지 않는다."
도광양회란,
속에서 긴 호흡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일이다.
성급히 불을 밝히지 않고,
속으로는 천둥처럼 힘을 키운다.
시절이 오지 않으면 강물도 침묵하고,
철이 들기 전이면 꽃도 피지 않는다.
지혜로운 자는 이 법칙을 안다.
스스로를 다스리며, 묵묵히 때를 기다린다.
바람은 지나가고, 별은 제 길을 돈다.
그 시간 동안,
진짜 힘은 소리 없이 자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