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의 그림자

김왕식







사다리의 그림자





사람들은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한다. 더 높은 자리,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빛.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바람만 타고 오를 수 있는 계단은 없다. 누군가의 어깨, 누군가의 등을 디딤돌 삼아야 비로소 발을 내딛는 법이다.

어떤 이는 자신의 발아래 놓인 존재를 모른 척한다. 오르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그 고통마저 당연한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사다리. 위로 오를수록 그 아래엔 또 다른 발이 있다. 밟고 올라선 자는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의 발에 밟히는 날이 온다. 그것이 질서가 아닌 순환이다.

반면, 어떤 이는 스스로 등을 내어준다. 말없이 엎드려 누군가를 올려 보낸다. 그 등이 따뜻했기에, 또 다른 이가 길을 찾고, 다시금 등을 내준다. 세상의 사다리는 그런 식으로 엮인다. 누군가의 낮춤이 또 다른 이의 걸음이 되고, 그 걸음은 다시 누군가의 따뜻한 낮은 자리를 기억한다.

오름의 미학은 정점이 아니라, 그 높이를 만들어준 이름 없는 수평들에 있다. 밟힌 자리에서 외면받지 않고, 등을 내준 마음이 고맙게 기억되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참된 오름의 길이다.

높이 올라갔다는 사실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 높이에 닿았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누구의 어깨였는지, 누구의 허리였는지. 그리고 지금 나는 누구에게 등을 내어주고 있는지.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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