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밖으로 내미는 사랑 한 조각

김왕식








우산 밖으로 내미는 사랑 한 조각

청람 김왕식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빈틈이 있다.
그 틈을 메우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길 위의 작은 인사, 고요한 미소, 조용히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스며든다.
마치 새벽안개처럼, 햇살보다 먼저 가슴에 내려앉는다.

사랑이 가득한 길은 하나의 정원이다.
서로 다른 씨앗으로 피어난 존재들이, 다투지 않고 어깨를 맞댄다.
낯선 이도 친구가 되고, 오랜 벗도 새로운 눈빛으로 다가온다.
그 길 위에서는 스침이 인연이 되고, 머묾이 동행이 된다. 같은 방향을 걷는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서로의 일부가 된다.

매일 마주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사람들, 그들은 마치 매일 피어나는 꽃잎 같다.
똑같은 줄 알았던 얼굴에서 매번 새로움을 발견한다. 눈빛이 반갑고, 목소리가 익숙하며, 그 존재 자체가 기쁨이다.
사랑은 그래서 습관이 아니라, 매일 새로 피는 감탄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사랑은 우산이 된다.
좁디좁은 우산 하나 아래서 두 사람은 온 우주를 품는다. 한쪽 어깨는 젖어도, 그 젖음마저도 사랑의 증거가 된다

“나는 괜찮아, 너는 젖지 마.”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건네는 몸짓, 그것이 곧 사랑이다. 사랑은 말보다 조용한 배려에서 가장 크게 빛난다.

사랑은 늘 안쪽에서 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을 밖으로 내어주는 일이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상대가 빛날 수 있도록 비켜주는 일이다.
비 오는 날, 우산 밖으로 어깨를 내어주는 일처럼. 그렇게 흠뻑 젖은 마음은, 오히려 더 따뜻해진다.
사랑은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로를 덜어주는 데에서 더 많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틈을 잇는 다리가 되어주는 것은 위대한 선언이 아니라, 소박한 손길이다.
그 손길의 이름이 사랑이라면, 우리는 이미 매일 그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마음은 작지만, 사랑은 그 둘을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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