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의 언어

김왕식









마지막 날의 언어





어느 날, 세상이 조용히 닫힌다면
그 마지막 빛 한 줄기는 누구의 얼굴일까.
누군가에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남겨야 할 말은 과연 무엇일까.
‘사랑했노라’, ‘미안했노라’, ‘고마웠노라’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어쩌면 전 생애보다 더 깊이
누군가의 마음에 내려앉을 것이다.

삶은 되풀이되지만,
그 되풀이 속에 단 한 번뿐인 순간이 있다.
어제와 닮은 오늘,
그러나 똑같지 않은 눈빛, 온기, 말투.
지금 마주한 이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사람은
말의 무게를 깨닫는다.

누군가는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목 끝까지 삼키다
영영 건네지 못한다.
용서라는 것은 언젠가 해야지 하다가
그 언젠가가 영영 오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후회는,
늘 뒷자리에 앉아 있다.
말하지 않은 말들만 데리고.

삶은
거창한 말보다,
작은 다정함으로 이루어진다.
식탁 위에 놓인 묵묵한 밥그릇,
잠든 이마를 가만 덮는 이불 끝,
말없이 따라오는 발걸음 하나.
우리는 그런 무언의 사랑으로
날마다 살아왔다.

한 송이 꽃처럼 피었다 스러지는 시간 속에서
진짜 남는 것은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웃고, 누구와 울었는가이다.
성취는 기록 속에 남고,
사람은 기억 속에 남는다.
기억은 사라져도
그때의 눈빛은 여운으로 남는다.

그러니 늦기 전에
오늘을 사랑하자.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자.
당신이 있어 하루가 빛났노라고.
당신이 있어 나는 무너지지 않았노라고.
그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어둠을 덜어줄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남기고 싶은 건 이름도 재산도 아닌
따뜻했던 존재로 기억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순간,
고요한 진심 하나에서 시작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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