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사람의 마음

김왕식









나무를 심는 사람의 마음




청람 김왕식





오늘 누군가가 나무 그늘 아래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면,
그 그늘은 스스로 생긴 것이 아니다.
언젠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두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늘도 없었고, 쉼도 없었으며,
나무는 말라버릴지, 자라날지조차 알 수 없던 작은 묘목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바람과 햇살이 지나는 자리를 읽었고,
언젠가 이 자리가 누군가에게 편안한 피난처가 될 것을 믿었다.
그래서 땀을 흘려 구덩이를 팠고,
뿌리가 뻗을 수 있도록 흙을 풀었고,
조심스레 물을 부어 넣으며
말없이 나무에게 시간이라는 양분을 선물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그늘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그늘을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다.
자신은 결코 앉지 못할 그늘,
자신은 마시지 못할 열매,
자신은 듣지 못할 새소리를 위해
지금 여기에 뿌리를 내려주는 일이다.

어쩌면 그 사람은
삶이란 잠시 스쳐가는 바람 같은 것임을 알았기에
무언가를 남기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그 남김이 물질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자리, 쉼, 숨,
그런 조용한 배려이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에 갇혀 산다.
눈앞의 일, 당장의 고단함,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마음.
그러나 나무를 심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넘어서 미래의 시간을 감각한다.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의 발소리를 듣고,
보지 못할 얼굴에게 조용히 손을 내민다.

시간은 자란다.
햇빛은 잎사귀를 두드리며 음악을 만들고,
비는 가지를 씻어 주며 성장의 노래를 부른다.
그 사이 나무는 더 이상 묘목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책을 읽는 자리가 되고,
누군가에게 눈물을 감추는 등이 되고,
어느 아이에게는 놀이터의 기둥이 된다.

어느 오후엔,
그냥 그늘이 된다.
말없이 머물고, 조용히 덮어주는 존재.

우리는 지금,
누군가가 오래전에 심어둔 나무 그늘 아래서
숨을 쉬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그런 나무를 한 그루쯤 심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인생 아닐까.

왜 사느냐고 묻는 이에게
나무 그늘 아래를 한 번 가리켜 주자.
이 세상의 모든 숨이
결국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되었음을.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청람의 사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