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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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침은 숨결로 핀다
청람
오월의 아침은 대지가 가장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이다.
풀잎마다 새벽이 맺혀 있고,
그 물방울 하나에도 한 생애가 담긴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먼저 다녀간 자리마다
빛의 가루가 앉아 있다.
그것은 하루의 첫 문장을 쓰기 위해
하늘이 내려보낸 연필심 같다.
바람은 아직 낮은 숨을 쉬고
마당 끝 감나무는 침묵으로 잎을 펼친다.
그 침묵이야말로 오월의 언어다.
말보다 깊고, 말보다 오래가는 그리움의 온도.
이른 아침 종소리처럼
기억은 저 멀리서 들려온다.
무너진 것들 위에 피어난 풀꽃 한 송이처럼,
사랑은 여전히 부드럽고 단단하다.
오월은 결코 꽃 때문만은 아니다.
상처를 덮는 연둣빛의 기술,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는 햇살의 손길,
모든 기다림에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하늘의 속삭임이기 때문이다.
아침밥 짓는 연기,
찻잔에 스며든 온기,
느릿하게 열리는 문 사이로
오월은 사람을 닮아간다.
마침내 깨닫는다.
진짜 봄은
가장 늦게 오는 봄이다.
누군가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그 순간,
세상은 비로소
오월이 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