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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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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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함”
― 김형석 교수의 통찰을 되새기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위기의 시대에는 고요한 진실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일으킨다. 105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글은 단순한 호소를 넘어, 이 땅에 사는 이들이 반드시 곱씹어야 할 지혜와 경고를 품고 있다. 나라를 사랑한다면, 더 늦기 전에 눈을 떠야 한다는 그 말씀은 단호하면서도 깊다.
그는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국민인가. ‘민초’인가, ‘백성’인가, ‘시민’인가. 모두 똑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지만, 국가를 바라보는 태도는 천양지차다. 민초는 알지 못하고, 백성은 알고도 침묵하며, 시민은 묻고 나아간다.
지금 대한민국은 흔들리고 있다.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고, 민생은 피로에 지쳐 허덕이며,
안보는 약해지고 외교는 갈피를 잃었다.
정치권은 이념의 갈등 속에서 미래를 놓치고,
현장의 노동과 기업은 방향 없이 떠돌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 많은 수가 여전히 침묵하거나,
심지어 그 무너짐을 방관한다면,
우리는 과연 시민이라 할 수 있는가.
김 교수는 말한다.
정치는 민심의 거울이요, 국가는 국민의 인격 총합이다.
즉, 국민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래서 그는 ‘자유민주주의의 시민’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홍콩 시민들이 200만에 이르는 인파로 광장에 서서
자유와 정의를 외친 그 정신,
프랑스 대혁명의 봉화가 된 시민의 저항,
스위스에서 무차별 복지를 거부한 국민의 이성—
이 모든 것이 깨어 있는 시민의 증표였다.
깨어 있는 시민은 무책임한 권력을 견제하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며,
공공의 선을 지켜내기 위해 불편함도 감내한다.
그들은 소리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민주주의란 저절로 유지되는 제도가 아님을 아는 이들이다.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 피와 눈물로 이뤄낸 자유를
어쩌면 지금, 손에서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위기 앞에 애써 외면하는 이들,
입으로만 나라를 말하며, 실제로는 외세에 굴종하거나
무책임한 감정 정치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결코 시민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무지한 민초로 머물 것인가,
침묵하는 백성으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행동하고 질문하는 시민으로 나설 것인가.
김형석 교수는 그 답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말없이 거울을 내민다.
스스로의 얼굴을 바라보라고.
나라가 망한 뒤에야 눈을 뜨는 자는,
그 눈뜸조차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진정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 우리는 다시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불의를 분별하고, 사실을 직시하며,
책임 있는 참여를 통해
자유와 정의를 지키는 것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며,
애국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지금 이 글을 가슴에 품고, 주변에 알리는 그 자체가
이 시대 시민의 첫걸음이라고.
그러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
지금 이 순간부터 묻자.
나는 지금, 나라 앞에 어떤 국민인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무엇을 지키려 하고 있는가.
민초로 살 것인가, 시민으로 깨어날 것인가.
이 물음이야말로, 김형석 교수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깊고도 뼈아픈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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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의 절박한 호소는 단순히 정치적 논쟁을 위한 외침이 아니다. 그것은 100년 넘게 살아오며 수많은 역사적 격변을 견뎌낸 지성인이,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전하는 ‘책임 있는 사랑’의 철학적 선언이다.
그가 말하는 ‘깨어 있는 시민’은 대단한 이론을 공부한 자가 아니다.
그는 단지,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를 묻고,
잘못된 길에서 멈추는 양심과 용기를 지닌 자이다.
거짓과 왜곡 앞에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세상을 지탱한다.
문제는 그 한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정치는 더럽다고 외면하고,
진실을 알아도 피곤하다고 외면하며,
책임은 남에게 돌린다.
그러는 사이, 공공의 가치는 부식되고
자유는 편견의 거품 속에 갇힌다.
진정한 시민은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아는 자다.
자유는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라,
수많은 피와 땀, 그리고 양심의 대가로
이어온 역사의 불꽃이다.
그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바로 그 감수의 자세가
시민의 품격이며, 애국의 본질이다.
김형석 교수는 말한다.
나라가 망하고 나서 후회해도,
그땐 늦는다고.
사랑이란, 미리 행동하는 것이다.
지켜낸 다음에야 비로소 그 사랑은 참된 이름을 얻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무관심하지 않듯,
조국을 사랑하는 이도 무심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가.
우리의 자녀들이 누릴 내일을 위해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은 무엇인가.
한 철학자가 인생의 끝자락에서 전한 이 고백은,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가슴 깊은 사랑의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양심을 두드리는 시민의 종소리로 남아야 한다.
이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침묵할 것인가, 말할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 기억하고 행동할 것인가.
나라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은 탱크도 무기도 아닌,
깨어 있는 시민의 한 마디 진실된 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이여, 사랑하라. 그리고 지켜라.”
그것이야말로
한 지성인이 온 생애를 다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가장 단순하고도 위대한 메시지였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