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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늙음 사이

김왕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둘, 이안수 작가 부부



젊음과 늙음 사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젊음과 늙음은 나이의 차이가 아니라, 마음의 결이다.
젊음은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거칠고 무모할지라도 내일을 믿는 순수한 감정이다. 반면 늙음은 조용히 손을 모아 과거를 감싸안는 눈빛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복기하며, ‘그때 그 마음’을 되새기는 회한이 담겨 있다. 젊음은 ‘앞’을 향하고, 늙음은 ‘깊이’를 향한다. 하지만 그 두 마음은 인생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함께 놓인다.

젊음은 자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으로 회자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젊음을 붙잡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쏟는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젊음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젊음을 살아낸 그 시간이 ‘진실했는가’ 하는 질문이다. 늙어서 비로소 깨닫는다. 가장 눈부신 날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주름을 세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먼지 날리는 골목에서 친구와 함께 웃던 그때였다고.

늙음은 잃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내게 쌓였던 의미 없는 경쟁심, 말로 상처 주었던 자만, 끝없이 비교했던 조급함—all that fades. 대신, 손을 잡고 기다리는 일,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일, 누군가의 눈빛에 담긴 고마움을 온전히 읽어주는 일이 남는다. 그렇게 늙음은 삶의 무게를 지혜로 바꾸는 연금술이 된다.

젊음과 늙음의 진정한 차이는 걸음의 속도가 아니라, 머무름의 깊이다. 젊은 이는 ‘빨리’ 살고 싶어 하고, 늙은 이는 ‘깊이’ 살고 싶어 한다. 젊음은 아직 잃어보지 않았기에 순진한 것이고, 늙음은 충분히 아파본 뒤에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젊음은 늙음을 부러워하지 말고, 늙음은 젊음을 부정하지 말라. 젊음이 있어 늙음이 있고, 늙음이 있어 젊음이 빛난다.

때로 우리는 젊음과 늙음의 경계에서, 거울 속의 나와 마주한다. 이마에 깊어진 주름, 눈가의 잔주름은 지나온 계절의 일기장이다. 여전히 맑은 눈빛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젊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젊음과 늙음 사이—그 사이가 인생이다. 그 사이가 가장 아름답다.

그러니 오늘도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이 문장을 가슴에 품고,
젊은 날의 뜨거움과 늙은 날의 따뜻함 사이에서
오늘이라는 시간을 고요히 건너간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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