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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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의 대통령, 혹은 시대의 얼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대통령이란 누구인가. 한 나라의 어깨이자, 얼굴이며, 거울이어야 한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비춘다. 꾸밈없이, 숨김없이. 따라서 대통령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비춰볼 수 있어야 한다. 부끄러움 없이. 진실한 삶을 살아온 자만이 거울 앞에 떳떳할 수 있다. 그에게는 정직이 기본이어야 하고, 삶은 국민보다 앞서 있어선 안 된다.
오늘 우리는 수많은 말과 이미지 속에서 ‘지도자’의 자리를 착각한다. 정치적 언어는 넘치지만, 정치적 진심은 메말라 있다. 국정이란 수단이 되어버렸고, 권력은 자기 보전의 도구로 전락했다. 그러나 참된 대통령은 언제나 자신보다 국민의 민생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쌀값을 걱정하고, 공공요금을 살피며, 지방의 작은 읍면리까지도 가슴에 품어야 한다. 도시의 빛뿐 아니라 시골의 어둠까지 책임지는 것이 곧 국가의 머리다.
또한 그는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단순한 외교적 인맥이 아니라, 세계의 흐름을 읽고, 다문화의 공존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시야.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를 한국 안에 끌어안는 포용력. 그가 바라보는 지구는 ‘타자’가 아니라 ‘동행자’여야 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고립된 민족이 아니라, 연결된 인류 속의 한 존재다. 그러므로 그가 해야 할 일은 한국을 선도국가로 이끄는 비전과 기상을 갖는 것이다.
정당은 중요하지 않다. 인물이 중요하다. 당파가 아닌 도덕성과 실력, 분열이 아닌 통합과 포용이 요구된다. 대결의 정치는 결국 공동체를 파괴하고, 대화의 정치만이 국가를 견인한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인격체이지, 당의 대변인이 아니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고, 도시와 농촌, 청년과 노년 사이의 가교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진정한 정치가는 정치를 발달시키지 않는다. 외려 정치를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법안보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이 먼저고, 언론 앞의 언변보다 골목길의 한숨을 듣는 것이 진짜 정치다. 정치가 정치일 때 실패하고, 사람이 사람일 때 성공한다.
경제는 기본이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통령은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의 삶은 물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화를 키우는 지도자는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BTS가 세계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 아니라 자긍심이었다. 영화 한 편이, 책 한 권이, 거리의 공연 하나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문화의 품격이 곧 국가의 격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강한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바른 대통령, 따뜻한 대통령, 그리고 국민 곁에 오래 남는 대통령을 원한다. 정치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거울 앞에 선 대통령, 그 눈빛 속에 부끄럼 없이 국민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이가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기다리는 대통령의 얼굴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