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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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주라
시인 정 순 영
애잔한 짝사랑처럼
하나님께서
붉은 피와 싱그러운 녹음과
맑고 푸른 하늘의
생명의 빛을
태초에 거저 주셨으니
애틋한 세상에 순진한 복음福音을 거저 주라
눈이 부시게 하얀 세마포에
붉게 적신 서녘 하늘을
주시는 이가
온 사랑을 다 주셨으니
받은 사랑 남김없이 거저 주라
은혜에 감사하는 찬송이 하늘과 땅에 울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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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순영 시인의 시「거저 주라」는 창조의 빛에서 비롯된 하나님의 복음과 사랑을 '거저 주는 삶'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시인은 빛의 삼원색—붉음(Red), 푸름(Blue), 녹음(Green)—을 통해 태초의 창조와 성령의 임재를 은유하며, 보이지 않는 진리를 시각적으로 감각화한다.
여기서 빛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복음과 은혜, 그리고 하나님 사랑의 본질로 기능하며, 인간 존재에 선물처럼 쏟아진 '거저 주어진 것들'의 총체로 작용한다.
시적 구조는 짝사랑의 애절함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곧 일방적이되 순전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비유이며, 시 전체의 기조인 ‘거저 주라’는 복음적 삶의 윤리를 드러내는 핵심 명제이다.
시인은 순진한 복음이 애틋한 세상으로 스며들기를 소망하며, '눈이 부시게 하얀 세마포'라는 이미지를 통해 순결함과 헌신을, ‘붉게 적신 서녘 하늘’로는 희생의 장엄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정순영 시인의 삶의 가치철학은 바로 이 ‘받은 은혜를 남김없이 나누는 것’에 있다. 이는 그의 시적 태도이자 실존의 방식으로, 세상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경외가 한 편의 기도로 직조되어 있다.
그는 시를 통해 사랑의 무조건성과 복음의 순수성을 환기시키며, 우리 모두가 하늘로부터 받은 빛을 거저 나누어야 할 존재임을 일깨운다.
미의식적으로는 빛과 색, 상징과 은유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시각과 감정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를 택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영혼의 깊이를 조율하는 정서적 섬세함은 시인의 신앙적 내면과 문학적 숙련이 맞닿은 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컨대, 정순영 시인의 「거저 주라」는 인간의 존재가 받은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순수하고 무상의 사랑을 세상에 환히 나누자는 복음적 선언이며, 동시에 '빛의 삼원색'이라는 미학적 코드 속에서 참된 빛(복음)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뛰어난 신앙시이다. 그에게 있어 시는 삶을 드러내는 창이고, 삶은 곧 사랑을 나누는 통로다.
ㅡ 청람 김왕식
□ 정순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