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세검정 언덕 작은집 一如 문영오 교수님

김왕식



一如 문영오 교수님







나의 스승, 一如 문영오 교수님


나의 스승, 문영오 교수님은 고산(孤山) 윤선도와 운명처럼 연결된 학문적 향기 속에 서 계신 분입니다. 호남 선비의 고풍스러움과 대학자로서의 깊이를 동시에 지니신 분.
대학 3학년 때, 교수님께서는 우리 학교 국문과에 고전시가론 특강을 해주셨습니다. 그 첫 수업의 시작은 마치 잔잔한 사계절의 풍경화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교수님께서 강단에 서시면, 영국 신사의 품격이 배어나는 차분한 분위기와 함께 전통 서법의 붓끝이 판서대를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붓이 종이를 가르는 부드러운 선 하나하나에서 ‘인격’과 ‘학문’이 울렸습니다. 그 선들이 모여 문자와 운율이 되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학생들은 그 순간부터, 글자의 의미 너머에 깃든 정신과 삶의 의미까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문 교수님은 학문적 깊이를 지닌 학자이자, 붓끝의 예술을 통해 글자가 살아 숨 쉬게 하는 서예가이십니다. 학문의 전당에서 날카롭게 사고를 연마하시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검정 언덕 작은 집에 은거하셔서 검박하지만 그윽한 일상의 미학을 사유하십니다. 그 검박함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은 마치 오래된 차 끓이는 과정처럼 깊고도 온화합니다.

1940년 전남 장암군에서 태어나셨고, 동국대학교 국문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하신 뒤, ‘수필공원’ 창간호 동인으로 등단하시고, 『창조문학』 신인상 수상, 국서연 자문위원, 『고산시문학상론』 등 11권의 저서와 80여 편의 논문, 『삼도푼수의 넋두리』 『편식, 편견 그리고 죄악』 등의 수필집을 남기신 교수님의 삶은 곧 ‘글쓰기와 사유, 그리고 아름다움’의 궤적이었습니다.

교수님이 내리시는 말씀 한 마디에도 깊은 사유의 향이 배어 있습니다. 고전시가 하나를 읽을 때, 단순한 언어 해석을 넘어 그 속에 깃든 시대의 공기와 선비의 자태, 자연의 울림을 우리에게 들려주셨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훈장님의 단호함이 아니라, 차분한 현자의 여운이 맺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울림을 따라 시심과 인품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문영오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흙을 밟고, 바람 속에 서고, 한 줌의 여유를 아는 길’이었습니다. 그는 말했죠. “글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나뭇가지 위에 맺힌 이슬과 같다”라고. 그 비유처럼, 교수님의 문장은 맑고 투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글자 하나에 우리의 땀과 슬픔, 기쁨이 녹아들었고, 우리는 서서히 그 미학의 언저리에 다가갔습니다.

선비의 고고함은 붓끝에서, 대학자의 사고는 사유의 불꽃에서, 은자의 삶은 언덕집 창가에서 스며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미의식 메타포’이자, 삶의 나침반이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교수님, 그 모든 가르침과 인품에 저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그 가르침을 이어, 글을 쓰고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교수님께서 주신 ‘깊이 있는 삶의 문장’들은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합니다. 학문의 길, 삶의 길을 걷는 동안 우리는 ‘이슬처럼 맑고 바람처럼 온유한 글’로 그 가르침을 닮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고산 윤선도의 정신처럼 붓끝에 자연과 호흡하며, 글자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스승님, 은거하시는 세검정 언덕 위 작은 집에서 드신 차의 향처럼, 오래도록 기억되고 스며들고자 합니다. 삶과 학문, 글과 미의식을 통해 우리에게 남겨 주신 크나큰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 길 위에 한 줌의 안온함과 더 큰 빛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와 존경을 담아,
제자 김왕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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