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하봉도 시인 ㅡ 소양고택에서 망중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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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귀한 벗
시인 하봉도
사랑보다 귀한 벗이여
사랑은 뜨겁다가
때론 식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벗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네
언제 어느 때나
기쁠 때나
설움에 겨울 때도
묵묵히 변함없이
그대여
나의 참 벗 되어주오
느즈막에 만난
귀한 인연
사랑보다 변치 않는
정겨움으로
남은 삶
겨울 삭풍도 녹여낼
따스한 가슴 열어
지난 아픔과 슬픔
모두 보듬고
봄 햇살에 피어날
향긋한 꽃길을
그대와 함께 걸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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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봉도 시인의 사랑보다 귀한 벗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하봉도 시인은 이 시에서 ‘벗’이라는 존재를 삶의 중심에 세우며, 사랑보다도 오래 머무는 관계의 진정성과 정서를 정제된 언어로 포착하고 있다.
시는 “사랑보다 귀한 벗이여”라는 직접적 호명으로 시작되지만, 그 어조는 결코 무겁지 않다. 이러한 부드러운 호소 속에는 시인의 삶의 태도, 곧 ‘변함없는 존재에게 기대어 사는 신뢰의 미학’이 농밀하게 깃들어 있다.
“사랑은 뜨겁다가 / 때론 식어 /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이라는 구절은, 흔히 시적 대상으로 호명되는 ‘사랑’의 변덕과 불안정성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어지는 “벗은 늘 그 자리에서 / 기다려주네... 묵묵히 변함없이”는 ‘벗’이라는 존재가 지닌 풍부하고 성숙한 의미를 강조한다.
시인은 뜨겁고도 불안한 사랑보다, 따뜻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벗의 존재를 더 깊이 신뢰한다.
“느즈막에 만난 귀한 인연 / 사랑보다 변치 않는 정겨움으로”라는 고백은 이 시의 핵심이다. 청춘의 우연 속에서 맺어진 벗보다, 인생의 깊이를 함께 나눈 벗의 진중함을 담담히 인정하는 것이다. 이 구절엔 인생 후반부에 더욱 빛을 발하는 관계의 귀함, 그리고 그 관계 안에 배어 있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응결되어 있다.
“남은 삶 / 겨울 삭풍도 녹여낼 / 따스한 가슴 열어”라는 면모는 시인의 치유 의지와 함께하는 미래를 암시한다. 시인은 벗에게 과거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마음에 품어 달라고 부탁하며, 공감과 동행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위로의 힘임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봄 햇살에 피어날 향긋한 꽃길을 / 그대와 함께 걸어 보리라”라는 다짐은 우정의 노정이 우리의 삶을 꽃피우게 할 것이라는 희망이자, 시인의 내면 속 깊은 연대감이다. 벗과 함께 걸을 길을 그리는 이 문장은, 삶 전체를 향한 감사이자 축복이다.
하봉도 시인은 이 시에서 ‘사랑보다 귀한 벗’을 통해 연대, 신뢰, 회복의 관계론적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시적 미의식은 간결하지만 은유와 호소를 고루 갖춘 언어에 응집되어 있다.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 느지막이 맺어진 인연의 소중함, 그리고 함께 걸어갈 미래를 향한 동행의 의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시는, 관계의 의미와 깊이를 고요하지만 강하게 깨우는 힘이 있다.
이것은 단지 누군가에게 바치는 찬사가 아니다. 삶 속에서 부딪히고 깨져도 서로에 기대며 다시 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근원적인 가능성에 대한 시인의 확고한 신념이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