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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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지옥이다
숨이 막힐 것 같다.
자유로 위, 단 5km를 가는데 벌써 1시간 반이 흘렀다.
버스 창밖 풍경은 느릿느릿, 시곗바늘은 비정하리만치 더욱 빠르게 돌고 있다.
목표는 강남역, 오전 11시. 하지만 이 정도 흐름이라면 도착은 12시.
약속의 시간이 차오를수록, 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슴을 두드린다.
“좀 더 일찍 나왔어야...”
주위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미 나는 버스 안,
발 움직임 하나 없이 시간에 갇혀 있다.
“하루 전에 출발하면 되지.”
그 대답은 위로는커녕 더 깊은 공허를 남긴다.
하루를 앞서 살아야 약속을 지킬 수 있다니,
이게 정말 합리적인 세상인가.
버스에 몸을 맡긴 채, 내 심장만이 열심히 약속 시간에 달린다.
차창 저 너머는 이미 이른 교통체증의 무덤.
나는 그 속에서 숨 고를 여유조차 잃은 채,
시간과 싸우고 있다.
“예측 불가” — 이건 단순한 말이 아니다.
도시의 심장, 서울의 교통이 내게 던지는
가장 무서운 무기다.
분명히 5km: 1시간 반.
이 숫자는 차갑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현실보다 더 무거운 건
‘언제 풀릴지 모를 정체’,
‘미리 나와도 무력한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앞에 서서
숨이 멎을 듯 답답해지는 내 마음이다.
차 안 정적 속에서
나는 나만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싸움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기를, 운명이 바뀌기를 바랄 뿐이다.
이 고통, 이 불안 —
차 안에서 한 줄기 빛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더 빨리 나와라’ 같은 말 대신
차가 막히는 현실에 대한 작은 준비라도
함께 고민해 보자.
언젠가 이 길이 고요해지길,
우리가 숨 돌릴 시간을 되찾길.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이 길 위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