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김왕식







당신은 왜 그렇게 바쁜가요?
― 카페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요즘 가장 흔하게 들리는 말 중 하나는 “너 요즘 뭐 하고 살아?”이다.
이 질문은 질문이 아니다. 일종의 확인절차다.
‘당신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는가?’라는 풍자적 수사다.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살아있는 듯한 시대, 일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삭제되는 것 같은 불안 속에 산다.
‘번아웃’은 질병이 아니라 시대의 통증이다.

모두 바쁘다. 지하철 안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당장 마감이라도 있는’ 디자이너 같고, 도로 위 운전자들은 앞차가 0.5초 늦게 출발하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경적을 누른다.
대화는 끊임없이 ‘시간이 없다’로 수렴된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그렇게 바쁜 당신은 대체 어디로 가는 중인가?

우리는 카페에 앉아도 커피 맛은 입보다 인스타그램 필터가 먼저 느낀다. 연인과의 대화는 눈빛이 아니라 카메라 앵글로 이뤄진다.
‘이 순간을 기록해야 해’라며 사진을 찍는 동안 정작 ‘그 순간’은 우리 손에서 사라진다. 웃긴 것은, 우리는 그 순간을 살지도 못했으면서 ‘추억’으로 남긴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바쁨은 무엇에 대한 변명일까. 혹시 ‘멍하니 있는 것’이 두려운 건 아닐까. 누군가가 묻는다. “요즘 뭐 해?” 하고.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 당신은 졸지에 실패자가 된다.
쉬는 것도 계획이 있어야 용납되고, 무계획의 여유는 무능으로 간주된다. 심지어 '힐링'마저 일정에 넣어야 가능한 시대, 그 얼마나 피곤한 풍경인가.

나는 가끔 상상한다. SNS와 일정표가 모두 사라진 하루가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아마 갑자기 벽지를 뜯거나, 가족과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아, 이 사람이 내 아이였구나’ 하며 처음처럼 쳐다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속도계가 고장 났을 때 비로소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는 ‘루틴’이다. 루틴 없는 자는 나약한 자이며, 루틴을 망치면 인생이 망가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고양이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요가 자세로 하루를 시작하진 않는다. 그들은 천천히, 느긋하게, 햇살이 창틀 위에 머물 때쯤 눈을 뜬다.
그럼에도 인생이 망가졌다는 고양이는 보지 못했다.

그러니 가끔은, 삶의 리모컨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정답 없는 하루를 보내도 좋다. 그리고 그렇게 멈춘 자리에서, 묻지 않고도 당신에게 다가오는 풍경들이 있을 것이다. 사랑이든, 향기든, 잊고 지낸 나 자신이든.

바쁘다는 말, 그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위태로운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그 거짓말을 조금 줄이고, 오늘은 그냥 “그냥 살아본다”
고 말해보자.
그 순간, 삶이 비로소 내 것이 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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