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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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오늘의 아침
청람 김왕식
밤새 비가 내렸다. 창문 너머 어둠을 적시던 빗소리는 어느새 멎었고, 물기를 머금은 공기는 조용히 자리를 바꾼 듯하다. 아침이 되자 남쪽으로 비구름은 물러나고, 창문을 여는 순간, 한 모금의 신선함이 가슴 깊이 밀려들었다. 세상은 언제 그렇게 젖어 있었냐는 듯, 맑고 선선한 숨결로 나를 반긴다.
이런 아침이면 어김없이 생각하게 된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얼마나 특별한가. 수많은 하루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하나뿐인 하루라는 사실이 오늘을 각별하게 만든다. 어제의 나도, 내일의 나도 아닌, 지금 여기에 있는 이 아침의 나. 바람은 새의 깃을 스치듯 가볍고, 나무들은 방금 세수라도 한 듯 맑은 빛을 머금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새들과 함께 날고, 나무들과 속삭이며, 이 신선한 공기 사이를 누비고 싶다. 마치 아이처럼 마음껏 뛰어놀고 싶다. 오늘이 허락한 이 단 하루의 풍경을, 그저 스쳐 지나치기엔 아까운 날씨이자 마음이다.
인생은 결국 반복되는 하루들의 연속이라지만, 그 반복 속에도 유일한 결이 있다. 비에 젖은 나뭇잎이 햇살을 받아 은은히 반짝이는 순간처럼, 한 번뿐인 오늘도 그렇게 자신의 빛을 품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잠시 멈춰 그 빛을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투명한 아침 앞에, 나 또한 맑아지고 싶어진다. 습관처럼 지나치던 하루에서 벗어나, 마음 한 편에 조용히 적어두고 싶은 각별한 오늘. 그 속에 머물며, 바람처럼 놀고, 빛처럼 웃고, 나무처럼 속삭이며 살아보고 싶은 날이다.
오늘은, 단 한 번만의 오늘이니까.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