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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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부르는 이름, 아버지
청람 김왕식
한 번도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그 이름은 늘 가슴 안쪽, 말의 저편, 울음의 바깥에 있었다.
애써 외면했다. 부르면 무너질 것 같아서.
말끝에 맺히는 울컥한 그리움을 눌러 삼키며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
세 살 때 떠나셨다지요.
아직 말을 다 떼지도 못했을 무렵,
아버지는 말없이 돌아서셨다.
그날부터 세상은 뭔가 한 귀퉁이가 텅 빈 채 돌아갔다.
친구들이 운동회 날 아버지 어깨에 올라타 깔깔거리며
세상을 정복할 듯 웃을 때,
나는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동구밖 언덕에 핀 풀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소풀 하나에도
나도 모르게 당신 얼굴을 찾았다.
누군가에게 아버지는 따뜻한 품이었고,
세상의 등뼈였고,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무한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내게 아버지는
기억보다 상상에 가까웠고,
삶보다 결핍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 부재를 견디는 법을 배우며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이제 당신이 돌아가셨던 나이쯤에
나도 두 아들을 가졌다.
당신이 걸어가지 못했던 그 시간들을
나는 나의 발로 걷고 있다.
때때로 아들을 품에 안을 때면
무언가 가슴속에서 울컥 솟아오른다.
어쩌면 이 품이 당신의 그것일까.
내가 아버지가 되어 보니,
비로소 당신이 그리워진다.
아버지,
나는 당신처럼 살아보려 애썼고
당신만큼은 되지 못했지만
당신이 내게 남긴 빈자리를
내 아이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아버지,
그리운 나의 아버지.
지금은 어디쯤 계십니까.
이 밤, 별 하나 걸린 하늘을 보며
처음으로 당신을 불러봅니다.
"아버지..."
그 한마디에
묵혀 둔 눈물이 터지고
내 속의 아이가
당신 품을 찾아 걷기 시작합니다.
아버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제 두 아들 품에
당신의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우며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처럼 묵묵히,
당신처럼 사랑으로.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