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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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마음의 창문을 연다
청람 김왕식
빛은 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어제저녁, 해는 천천히 서쪽 능선에 허리를 기댄 채
하루의 피곤을 말없이 거두었다.
그 퇴장엔 어떤 슬픔도 항변도 없었지만,
그 사그라짐을 지켜보는 마음은 문득 무거워졌다.
햇살의 자리를 따라 마음도 낮게 내려앉고,
그늘이 내면 깊숙이 깃들었다.
밤은 마치 커다란 봉투 같았다.
모든 것을 접고 넣고 감춘다.
불확실한 내일, 미처 다 쓰지 못한 말들,
지치고 망설인 감정들까지
밤은 차곡차곡 접어 어둠 속에 눕힌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을 이불 삼아 세상을 덮는다.
허나 자연은 늘 놀랍다.
가장 깊은 어둠 끝자락에서
빛은 다시 태어난다.
동녘 하늘은 불붙은 듯 물들고,
첫 햇살은 마치 오래 잠들었던 영혼의 창문을 두드리듯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 빛은 찢긴 마음의 조각들을 기워내는 바늘이 되고,
희망을 적시는 이슬이 된다.
아침은 단순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다.
그것은 어제의 무게를 통과한 영혼이
다시 숨을 쉬는 순간이며,
포기하지 않은 존재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햇살이 떠오르면
마음은 어김없이 살아난다.
희망은 언제나 동쪽에서 시작되고,
그 빛은 한 사람의 가슴에서
다시 세계로 퍼져나간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