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독자 한영란 님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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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보내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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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스토리에 게재한
나의 글,
<시한부 초등학교 친구를 바라보며
ㅡ'귀천'을 곱씹는 날>을 읽은 독자가
댓글로 보내온 글이다.
자신의 친구가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것을 슬퍼하여 쓴 시이다.
너무나
애절하여
작가 허락 없이
애도하는 마음에
몇 줄
평석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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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친구야
브런치스토리 독자 한영란 님
벚꽃 잎 눈물처럼 흩날리는 어느 봄날
눈물비 사이로 홀연히, 홀연히 사라진 친구야
세상에서의 미움, 사랑, 탐욕,
다 버렸구나
번뇌도 내려놓았구나
입던 옷 훌훌 벗어 놓고
무명옷 하나 걸치고서
그렇게, 그렇게 떠나갔구나
잿빛 그리움만을 남긴 채
처음 떠나왔던 그곳으로
번식의 축제에 몰입된 봄의 대지는
저리 분주한데
갈 길이 얼마나 급했으면
그렇게 서둘러 떠났단 말이더냐
박꽃 같은 웃음, 하얀 구름 뒤로 감추고
흙이 되어 청산으로 돌아간 친구야
너를 추억하며
네 영혼의 안식을 청하는 밤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에도
내 가슴엔 연신 비가 내린다.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잘 가라 친구야
그리고 편히 잠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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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란 시인의 「잘 가라 친구야」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영란 시인의 「잘 가라 친구야」는, 삶의 유한성을 자각한 독자의 심연에서 솟아난 애도의 시이며, 죽음 앞에 선 인간의 겸허한 고백이자 아름다운 작별의 시편이다.
이 시는 단지 한 사람을 위한 추모의 언어에 그치지 않고, 누구에게나 다가올 이별을 성찰하게 하는 보편적 울림을 품고 있다.
먼저, 시의 출발점이 특별하다.
“벚꽃잎 눈물처럼 흩날리는 어느 봄날”이라는 첫 행은, 감각적 이미지 속에 시적 상황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봄날,
그것도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은 생명과 환희의 시간임에도, 그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친구의 부재는 시적 반전을 이룬다.
봄이라는 계절의 생명력과 죽음이라는 영원의 정적이 맞부딪힐 때, 독자는 생과 사가 한자리에 놓인 근원적 실존을 체험하게 된다.
이 시를 쓴 이는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철저히 죽음의 본질과 의미를 꿰뚫는다.
“세상에서의 미움, 사랑, 탐욕, 다 버렸구나 / 번뇌도 내려놓았구나”는 구절은, 죽음을 무(無)가 아닌 정화의 순간으로 이해하는 철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무명옷 하나 걸치고서’ 떠났다는 표현은, 불교적 관념 속의 허무와 비움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마치 육신이라는 덧옷을 벗고 진정한 자아로 회귀한 존재를 바라보는 듯한 경건함을 품고 있다.
죽은 자의 뒷모습을 보며 산 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에도 / 내 가슴엔 연신 비가 내린다”는 대목은 이 시의 정점을 이룬다.
상실의 고통은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생채기로 변해 끝없이 되살아난다. 이 눈물은 단지 이별의 정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맺는 존재론적 물음이다.
마지막 행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이 시의 윤리적 가치와 미적 고갱이를 모두 담아낸 시구다.
육신은 흩어져도 존재의 의미는 남으며, 삶의 흔적은 타인 속에 살아 숨 쉰다는 고결한 인식이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숭고한 확신이며, 죽은 친구를 향한 궁극의 기도이다.
이 시를 쓴 이는 단지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 것이 아니다. 그는 살아 있는 자의 고통을 품에 안고, 죽음을 통해 비로소 삶을 바라본다.
미국에서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애도하는 이 글은, 자신의 삶의 철학을 ‘관계의 흔적’, ‘사라짐 속의 기억’,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지지 않는 꽃’이라는 상징적 언어로 승화시킨다. 이는 단순한 시가 아닌, 고요한 철학이자 사랑의 증언이다.
한영란 시인의 「잘 가라 친구야」는, 한 사람의 죽음이 남긴 빈자리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다시 묻는 시이다. 죽음을 마주한 슬픔을 언어로 건너며, 외려 삶의 존귀함을 더욱 깊이 끌어올리는 이 시는, 미학적으로도 치밀하며, 철학적으로도 숭고하다. 진실한 눈물에서 길어 올린 이 시편은, 사랑했던 이에게 바치는 꽃이자, 살아 있는 이들을 향한 조용한 인사로 남는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