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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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 침묵으로 세월을 품는 존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돌은 말을 하지 않는다.
허나 돌처럼 말이 많은 존재도 드물다.
그것은 눈물도 없고, 미소도 없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산길에 놓인 작은 돌 하나, 절벽에 박힌 바위 하나에도 세월이 깃든다.
어느 산사 마당에 놓인 평평한 돌은 수천 번의 발길을 받으며 부드럽게 닳았다. 누가, 왜, 몇 번이나 그 위를 지났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 표면이 증언한다. 고통도 기쁨도 말없이 견디며, 돌은 시간의 기록자가 되었다. 바람을 맞고, 비를 견디며, 그 자리에 서 있다. 말없이 존재하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돌은 형체를 바꾸지 않고도 세상을 바꾼다. 그 무게, 그 침묵, 그 단단함으로. 신념 있는 사람도 종종 돌에 비유된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 물에 던져진 돌 하나는 파장을 만든다. 아주 작은 돌도 고요한 물 위에 끊임없이 흔들림을 남긴다. 이렇듯, 진정한 힘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사람의 삶도 그러하다.
한 자리에 묵묵히 머무는 사람이 있다. 떠들지 않지만 주변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 그들은 돌과 같다. 겉으론 무심해 보여도, 속은 따뜻하고 깊다. 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여 외려 신뢰할 수 있다. 그 단단함은 흔들리는 세상에서 하나의 기준이 된다.
길을 걷다 문득 발에 걸리는 돌 하나에도 삶의 비유가 있다. 때론 방해물이고, 때론 디딤돌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것은 장애가 되기도 하고 지지대가 되기도 한다. 돌은 변명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을 마주할 뿐이다.
살면서 누구나 마음에 하나쯤은 돌을 품는다. 기억의 돌, 후회의 돌, 믿음의 돌. 그 돌은 우리를 짓누르기도 하고, 다잡게 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돌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잘 다듬으면 조각이 되고, 무시하면 걸림돌이 된다.
돌은, 결국 우리 삶의 본성이다. 침묵으로 견디고, 단단함으로 남는 것. 그것이 돌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르침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