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향명 김상경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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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강물
ㅡ유월이 오고 또 가면
시인 향명 김 상경
6월이 오면
갈비뼈 욱신거린다
해수병 할아버지 죽창에 찔려
피 흘리던 그날
8월의 염천같이 숨 막힌다
6월이 오면
하늘은 노오랗고
당신의 숨넘어가는 신음소리
귓가에... 귓가에...
어디선가 탕탕탕
소리소리
소름의 총소리
밤이면 횃불 켜고
무릎 꿇린 하얀 옷들
등짝 위에 붉은 피 선혈 솟는
6월이면
세포가 저려온다
아직도 떠도는 그날의 혼, 혼
아무것 누구도
지금껏 그 무엇해주지 못했다
6월은 갈비뼈 욱신거린다
무명의 당신들
진혼곡 하나 받지 못하고
소지 하나 올리면
아지랑이로 돌아와
6월의 그림자 뒤에 서서
젖은 피 말리고 있는
이제
유월이 간다
그 젖은 피의 후예
울혈진 강물 속
유월에 그림자를 부려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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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갈비뼈, 혼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시정(詩情)
— 김상경 시인의「6월의 강물」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상경 시인은 한국 문단의 큰 기둥으로 우뚝 선 중진 작가다. 그의 시는 늘 깊고, 때로는 가슴을 저미는 슬픔의 심연을 건드린다. 이번에 발표한 「6월의 강물」 역시 그러하다. 이 시는 국가적 상흔을 개인의 육체적 고통과 감각으로 치환한 슬픔의 기록이자, 이름 없이 흩어진 혼령들에게 바치는 늦은 진혼의 시편이다.
‘6월이 오면 갈비뼈 욱신거린다’는 첫 구절에서 이미 독자의 심장을 두드린다. 해수병 할아버지가 죽창에 찔려 피 흘리던 그날, 하늘은 노오랗고, 소름처럼 파고드는 총성은 지금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시인은 전쟁을 단지 과거의 참극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현재진행형의 아픔으로, 육체의 세포와 감각에 각인된 살아 있는 기억으로 자리한다.
특히 ‘무릎 꿇린 하얀 옷들’과 ‘붉은 피 선혈 솟는’ 구절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비극적 이미지로, 시인이 추구하는 공감의 미학과 체화된 고통의 언어를 집약한다. 이 시가 특별한 까닭은 그 고통이 개인적 감상에 머물지 않고, 역사 속 ‘무명의 당신들’에 대한 윤리적 응답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혼곡 하나 받지 못하고’ 아지랑이로 떠도는 이들이며, 시인은 그 앞에서 “소지 하나라도 올려드리고 싶다”는 애끓는 심정으로 시를 봉헌한다. 그리하여 6월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고통과 기억이 얽힌 상징적 공간으로 승화된다.
시인은 ‘유월의 그림자 뒤에 서서 젖은 피를 말리는’ 자로 남고, “그 젖은 피의 후예”로서 울혈진 강물 속에 다시 자신의 그림자를 부려둔다. 이는 김상경 시인의 시세계가 단지 비판과 증언을 넘어, 시대를 껴안고 응시하는 깊은 내면의 윤리성을 드러냄을 뜻한다.
「6월의 강물」은 단순한 기념시도, 감상적 헌사도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심장에서 핏물처럼 솟구친 역사의 고백이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위로받지 못한 이름들에 대한 문학적 의례이자 시적 제의(祭儀)다. 김상경 시인의 시가 깊은 이유는, 그가 지금도 혼의 그림자를 안고 강물처럼 유월을 건너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경 시인의 삶은 ‘정의의 기록자’가 아니라, ‘공감의 수행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삶의 철학을 민중의 자리에서 관조하며, 문학을 위로와 각성의 언어로 실현해 낸다. 「6월의 강물」은 그래서 단순한 시가 아니라, 산 자가 죽은 자에게 드리는 조용한 무릎이며, 지금도 늦지 않은 응답의 시작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