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빈 시인의 「노을」을 읽고 ㅡ청람 김왕식

김왕식










노을




시인 임준빈





지구의 슬픔처럼
저토록 붉게 타오르는데
지나는 바람아
떠도는 구름아
저기 저기 당신의 어여쁜 사랑으로 살 순 없을까

땅에서 버림받고
하늘에 절규하듯 찢어진
여인의 안타까운 치마폭

아아, 무엇이 사무쳤기에
그토록 물이 들었나

젖어오는 저녁 저물 무렵이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붉은 사랑이여
아픈 여인이여






붉은 절규로 피어난 사랑의 형상화
― 임준빈 시인의 「노을」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임준빈 시인의 「노을」은 단순한 자연현상의 묘사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아픔을 감각적이고도 절제된 시어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시인은 기후포럼이라는 현실의 장면에서 받은 충격과 울림을, ‘노을’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전환함으로써 예술적 진실을 창조하고 있다.
이 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인의 현실 인식과 심미의식이 일치하며, 그것을 고유한 정서 언어로 직조해 내는 능력 때문이다.

시의 서두에서 “지구의 슬픔처럼 / 저토록 붉게 타오르는데”라는 구절은 자연에 깃든 인류의 고통을 암시한다. ‘노을’은 해가 지는 현상이지만, 여기서는 ‘지구의 붉은 절규’로 확장되어 해석된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붉은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며 독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어 “지나는 바람아 / 떠도는 구름아 / 저기 저기 당신의 어여쁜 사랑으로 살 순 없을까”는 간절한 호소다.
인간의 이기심 대신, 순수하고 포용적인 사랑으로 세상을 감쌀 수 없느냐는 시인의 윤리적 성찰이 내포되어 있다.

“땅에서 버림받고 / 하늘에 절규하듯 찢어진 / 여인의 안타까운 치마폭”에서는 파괴된 자연이 ‘여인의 치마’로 형상화된다. 자연은 성스러운 존재이며, 그것이 훼손된 모습은 곧 인류의 자기 파괴로 읽힌다. 임 시인은 이 이미지 하나로 자연에 대한 연민과 예술적 상상력을 한데 결합해 낸다. 특히 “찢어진 치마픙”이라는 표현은 시각적이면서도 극적으로, 절규하는 자연의 음성을 전달한다.

종결부 “붉은 사랑이여 / 아픈 여인이여”는 이 시의 주제를 응축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의 고통은 ‘붉은 사랑’으로 불리며, 인류의 책임이자 사랑의 대상이 된다.
임준빈 시인의 미의식은 여기에서 정점을 이룬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애도의 시로 바꾸며, 동시에 그 속에서 다시금 사랑을 모색하는 길을 열어 보인다.

이 시는 단순한 감상적 서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절제된 언어로 시대의 아픔을 짚고,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의 본질을 탐색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의 존엄을 회복하자는 무언의 요청이다. 임준빈 시인은 기후포럼에서의 감흥을 표면적 메시지로 전달하지 않고, ‘붉은 노을’이라는 하나의 심상을 통해 시적 고통과 윤리적 울림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 절묘한 긴장과 아름다움이 이 시를 단순한 환경시가 아니라, 본격적 문학작품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러한 능력이야말로 임 시인을 동시대 한국 시문학의 성숙한 작가군에 우뚝 서게 한 힘이며, 그의 시는 앞으로도 감각과 사유, 현실과 시적 미학을 종합하는 중요한 시적 자산이 될 것이다.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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