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시인의 「새우젓사랑」을 읽고

김왕식







새우젓사랑



시인 이혜선





소금물 속에 녹아
살과 뼈다 내주고
까만 눈만 뜨고 기다리는 새우
새우 몸을 받아 안아
제살과 뼈 함께 녹여
흔적 없이 사라지는 소금
둘이 무르녹아 태어나는 둥근 새누리 너와 나의 사랑누리








이혜선 시인의 「새우젓사랑」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혜선 시인의 「새우젓사랑」은 절제된 언어 속에서 삶과 사랑, 그리고 희생과 융합의 미학을 응축한 시이다. 이 작품은 시인이 평생 일궈온 ‘존재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선’과 ‘여성적 감수성에 깃든 우주의 윤리’를 담아, 단순한 일상의 소재를 시적 우주로 확장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시의 첫 행 “소금물 속에 녹아 / 살과 뼈다 내주고”는 삶의 본질적 운명, 곧 소멸을 전제로 한 헌신을 암시한다. 이는 곧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설명되는 자기희생이며, 작고 연약한 새우라는 상징은 어쩌면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존재를 내어주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겹친다. 시인은 여기서도 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 속에서 빛나는 의미를 길어 올린다.

“까만 눈만 뜨고 기다리는 새우”는 누군가를 향한 지극한 기다림의 형상이자, 끝내 말을 삼키는 존재의 고요한 외침이다. ‘기다림’은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이 장면은 시인의 일관된 문학적 태도—'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고요한 미학—을 집약한다.

이어 “제살과 뼈 함께 녹여 / 흔적 없이 사라지는 소금”으로 이어지는 구절은, 또 하나의 자아가 스스로를 무화하며 타인을 품는 행위로 읽힌다.
이 장면은 이혜선 시인이 늘 견지해 온 ‘상생의 시학’과 맞닿아 있다. 사랑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무르게 녹이며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부드럽게 전한다.

마지막 행 “둘이 무르녹아 태어나는 둥근 새누리 / 너와 나의 사랑누리”에서 이 시는 절정을 맞는다. 여기서 ‘둥근 새누리’는 단순한 결합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부정을 통해 완성되는 높은 차원의 공동체다. 그 사랑은 직선적 소유가 아닌, 원형의 조화와 되묻는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

이 시는 삶과 죽음, 소멸과 생성, 너와 나의 관계를 한 줌의 새우젓이라는 은유 속에 압축한 탁월한 상징시이다. 구체성과 상징성의 교차 속에서 시인은 ‘사라짐’이 아닌 ‘깃듦’의 아름다움을 증언하고 있다.

이혜선 시인의 시세계는 늘 그렇듯 낮은 데서 시작하여 높은 데에 다다른다. 그는 여성의 내면에서 우주의 원리를 길어 올리고, 일상의 질료에서 존재의 진실을 건져 올린다. 이 시 역시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랑이라는 인간 보편의 진실을 가장 고요하고도 명징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따라서 「새우젓사랑」은 ‘희생이 없는 사랑은 공허하고, 융합이 없는 만남은 외롭다’는 시인의 철학이 가장 간결한 시적 형식으로 빛나는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작고 투명한 언어의 결정체들이야말로 이혜선 시인이 문단의 중심에서 오랜 세월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혜선 시인

경남 함안의 맑은 물길을 따라 자라난 이혜선 시인은, 동국대학교와 세종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며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학적 내공을 길렀고, 1981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40여 년을 한결같이 시의 자리, 그 고요하고도 치열한 내면의 진지를 지켜왔다.

그의 시집 『신 한 마리』,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 『새소리 택배』, 『흘린 술이 반이다』 등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특징은 ‘낮음의 미학’이다. 그는 삶의 뒤안길에서 자주 놓치기 쉬운 감정과 존재의 파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며, 소멸이 아닌 융합의 언어로 세계를 노래해 왔다. 「새우젓사랑」에서도 그 정신은 여실히 드러난다. 새우와 소금, 두 존재가 녹고 녹아 하나의 새누리를 이룬다는 이 시는, 단순한 음식의 탄생과정을 넘어, 서로를 받아들이고 소멸 속에서 새 생을 피워내는 존재론적 시선이 깃든 작품이다. 그것은 이혜선 시인의 문학과 삶의 태도—곧, 고통의 바닥에서도 사랑을 피워 올리고, ‘흘린 술’ 속에서도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는 생의 미학—과 깊이 연결된다.

문학비평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그는 『문학과 꿈의 변용』, 『이혜선의 명시 산책』,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등을 통해 시인의 감성과 비평가의 사유를 오가는 깊이 있는 글쓰기를 이어왔으며, 『아버지의 교육법』을 통해서는 한 사람의 딸로서, 어머니로서, 교육자로서의 삶을 통합적으로 성찰해냈다.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 평론상 수상은 그의 시가 지닌 문학적 깊이와 그가 남긴 비평의 울림이 결코 일회적 감상이 아닌 시대정신과 통하는 지성임을 증명한다.

문학진흥정책위원과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으로서, 한국 여성문학의 목소리를 세계 문학의 자리로 끌어올리고자 쉼 없이 걷고 있다. 그 노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시’가 있었다. 이혜선 시인의 시는 누구보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언어이며, 그 언어는 누구보다 깊이 사람을 품는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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