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7. 2023
가만히
오래
들여다본다.
못생겼다는
호박꽃이다.
저녁노을이
노오란 호박꽃잎에
붉은 얼굴로
미소를 짓고는
이내
산을 넘는다.
ㅡ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던 그날,
작은 골목길에서
멈추어 섰다.
해가 서산을 향해 내려가며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돌담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 중간에 숨어있는
작은 호박꽃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이 작은 꽃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잠시 그 꽃 앞에 앉아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그저
호박꽃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꽃의 세세한 부분,
그
꽃잎의 무늬,
꽃받침의 곡선,
그리고
꿀벌이 방문하는
그 순간들이
내 눈에 아름다워 보였다.
모든 것이
그렇다.
무엇이든
천천히,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면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이 보인다.
세상에는 못생긴 것이란 없다.
우리가
보는 시각,
바라보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한다.
인생에서도
그렇다.
어떤 것을 가치 없다고 여기던 순간,
그 안에
숨겨진 미모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아름다움이다.
모든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조금
더
오래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ㅡ
호박꽃도 꽃이다.
아름답다.
대신
오래도록
가만히
들여다봐야 한다.
장미
들국화만큼
예쁘다.
꽃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모든 꽃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