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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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화백을 기리며
― 별이 되어 떠난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김왕식
2025년 7월 8일 오전 6시, 내 소중한 친구 장상철 화백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끝내 이승의 고통을 뒤로한 채, 고요하고도 숭고한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예술가였고, 철학자였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고통을 가장 깊이 이해하던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은 단지 한 사람의 생의 마침이 아니라, 한 시대의 빛이 꺼지는 듯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나는 사흘 전 그의 병상에 다녀왔다. 숨이 가빠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짧은 만남 속에서 그가 내 손을 꼭 쥐며 남긴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왕식아, 손이 참 따뜻하다. 그런데 내 아내 손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해. 그리고 나 빨리 하늘에 별이 되고 싶다.”
그 순간, 나는 울 수 없었다. 오히려 미소 짓는 그의 얼굴 앞에 경건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한 ‘별’은 죽음이 아닌 숭고한 귀향이었고, 그가 말한 ‘따뜻함’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사랑에 대한 마지막 고백이었다.
장상철 화백은 평생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며 살아온 사람이다. 암 투병 중에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아픔을 기록했고, 고통을 품어 예술로 승화시켰다. 병동에서 마주한 절망과 탄식, 오열과 침묵의 장면들을 그는 담담히 써 내려갔으며, 그 글들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삶을 마주하고,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며, 끝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보여주는 인간학이자 미학이었다.
그는 언젠가 말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그림자가 사라지는 일이야. 본래의 빛으로 돌아가는 거지.” 그런 그였기에,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존 선고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살아내려 했다. 남들이 눈물 흘릴 때 그는 침묵했고, 남들이 포기할 때 그는 창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삶의 의미를 질문했다. 그 질문들은 이제 고요한 별이 되어 우리 마음속에 떠 있다.
장 화백의 예술은 단순한 미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의 외침이었고, 절망 속에서 피어난 인간 존엄의 꽃이었다. 그의 그림 한 폭, 그의 글 한 줄 속에는 치열한 삶의 흔적이 스며 있고, 존재를 응시하는 시선이 녹아 있다. 그가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건 작품보다 마음이었고, 철학보다 사랑이었다.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말보다 눈빛이 먼저였고, 조용한 배려가 늘 깊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지만, 단 한순간도 죽음에 굴복하지 않았다. 외려 그는 죽음을 품은 채 살아갔고, 그래서 그의 마지막은 단절이 아니라 완성처럼 느껴진다.
오늘, 나는 그를 떠나보내며 다시금 다짐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남아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장 화백이 보여준 삶의 방식, 예술의 정신, 그리고 사랑의 언어는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서, 아니 이 시대의 사람들 마음속에서 살아 있을 것이다.
친구여, 이제는 고통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기를. 당신이 말하던 ‘가장 따뜻한 손’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는 당신의 흔적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당신이 별이 된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빛을 가슴에 품습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입니다.
안녕히, 장상철 화백.
별처럼 빛나던 당신의 삶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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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화백이
투병 중에
마지막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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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스쳐가는 시간
장상철 화백
오열과 탄식.
병동 주치의실 앞은
각양각색
다양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상담실을 나온 가족의 오열.
삼십 대 중반 정도의 아낙은
흐느껴 운다.
등을 토닥이는
친정모와 남편의 위로가
그녀의 아픔을 달래기에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일 년 전부터
치료 일정이 비슷해서
주기적으로
상담 대기 중에
빈번하게 뵐 수
있었던 노환자.
이번을 마지막으로
치료를 중단하고
다음 과정으로
가야 한다는
결정이 난 것 같다.
몇 개월 사이에
많이 야위고
초췌해진
모습의 노인.
반년 전쯤
1년 생존을 선고받고
주치의 상담실을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병원 상담실 앞의
다양한 상황들은
많은 생각이
일어나게 하며
습하게
가슴을 스쳐 지나간다.
□ 장 상철 화백 마지막 전시회 리플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