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 님께 고합니다

김왕식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 님께 고합니다




시인 강문규




보고 계신가요
지금 세상은
폭염에 지쳐 힘들어합니다
혹시 보일러는 오작동으로
설정 모드를 잘못 누르셨는지요?

아님 보일러
고장이라도 났나요
이 세상 보일러 A/S시스템은
잘 되어있어요
원하신다면 바로 보내드릴게요

제발 열기를 식혀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열받아 죽을 일
많아요

폭염에 열받고
나라가 혼란스러워 열받고
한 나라를 다스렸던 대통령이 재수감되고
집값은 하늘 높이 애드벌룬 타고 올라갔고

물가는 스카이콩콩 타듯 뛰고
메뚜기도 한철이라 했는데
불황에 피서지는 날파리만
윙윙거리는 듯합니다

제발
보일러 좀 꺼주시고
나라는 안정되고 국민이 걱정 없이 편안하게 부강하게
잘살게 보살펴주세요
그리고
티브이만 켜면 서로 말장난하고
싸우는
국회의원들 제발 혼내어주세요
초등학생 수준도 아니고
보기 싫어요
국민세금으로 뻔질나게
호의호식하고~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제발 우리 모두 정신 차리게 해 주세요
세상이 뜨거워요






세상의 열기를 품은 유쾌한 탄원 시
― 강문규 시인의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 님께 고합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문규 시인의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 님께 고합니다'는 폭염이라는 일상의 고통을 유쾌하고도 신랄한 시어로 풀어낸 시대의 풍자 시이자, 하늘에 올리는 시인의 진심 어린 탄원서이다.
종교적 존재들을 향한 경쾌한 질문에서 출발해, 한국 사회의 현실적 문제들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강 시인만의 고유한 문학적 미의식과 삶에 대한 태도를 오롯이 반영한다.

첫 구절 “보고 계신가요”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 앞에서 절대자에게 손을 내미는 절절한 호소이며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견디는 유머의 포문이다.
“혹시 보일러는 오작동으로 / 설정 모드를 잘못 누르셨는지요?”라는 표현은 기도와 농담의 경계에 서 있다. 보일러라는 메타포는 단순한 기계장치를 넘어, 신이 만든 세계 질서와 그 운영 체계에 대한 풍자의 상징이 된다. ‘보일러 A/S 시스템’까지 언급함으로써 시인은 신과 인간의 거리를 무너뜨리며,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현실의 고통을 날카롭게 짚는다.

중반부는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한국 사회의 ‘열’로 가득하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불균형과 불만은 시인의 언어 안에서 “애드벌룬”이나 “스카이콩콩”이라는 유년기의 장난감 이미지로 표현되며, 독자에게 기이한 웃음과 씁쓸한 공감을 동시에 안긴다. 이러한 유쾌한 시선은 세태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되며,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삶을 유머로 녹여내는 방식으로 독자와 더 깊은 정서를 교류한다.

“불황에 피서지는 날파리만 윙윙거리는 듯합니다”라는 대목은 한국인의 정서를 함축하는 시인의 감각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무기력한 여름, 오로지 날파리만 날아드는 피서지는 우리 시대 피폐한 민중의 자화상처럼 다가온다. 이처럼 강문규 시인의 시는 단순한 사실 묘사를 넘어, 사회적 불안을 민중의 시선으로 꿰뚫어 보는 ‘생활의 시학’을 실현한다.

후반부는 점점 탄원이자 고발의 목소리로 전환된다. 국회의원들의 싸움과 무책임한 언행을 “초등학생 수준도 아니고 보기 싫어요”라고 직설하는 시인의 외침은, 웃음 뒤에 숨은 분노의 실체를 보여준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유행어는 유쾌한 대중문화와 시적 서정이 만나는 접점으로 작용하며, 시 전체의 분위기를 친근하고도 현실감 있게 이끈다.

강문규 시인의 삶의 철학은 분명하다. 그는 세상의 고통을 비통하게 바라보기보다, 그것을 웃음으로, 위트로, 때론 어린아이 같은 눈망울로 품어 안는다. 그의 시는 날카롭되 결코 독하지 않으며, 진실하되 결코 무겁지 않다. 삶의 열기를 노래하면서도, 언제나 한 조각의 시원한 바람을 독자의 마음속에 남기는 것. 그것이 강문규 시인의 미학이며, 그가 세상을 향해 내미는 ‘문학적 부채’의 방식이다.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 님께 고합니다'는 한 편의 기도 시이자 풍자 시이며, 동시에 절망 너머의 유쾌한 희망 선언이다. 폭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시, 냉소를 넘어 연대를 이끄는 시,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시의 미덕일 것이다. 강문규 시인은 그 미덕을 유머와 기도의 경계에서 멋지게 완성해 냈다.



ㅡ 청람 김왕식

□ 강문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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