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제13화.
나는 틀릴 수도 있다
청람 김왕식
“옳음의 자리를 비워야, 관계는 다시 흐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강해질수록 우리는 말이 단호해지고, 마음은 단단해진다. 그러나 마음공부는 그 단단함을 풀어내는 길이다. 가장 단순하고 깊은 진실 하나, 나는 틀릴 수도 있다.
이 한 문장을 받아들이는 데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내가 옳다고 믿은 말, 내가 확신했던 판단, 내가 정당하다고 여긴 분노마저도, 실은 한쪽 방향에서만 바라본 것임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큰 용기와 깊은 비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갈등을 겪는 이유는 종종 사실 때문이 아니라, 태도 때문이다.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이 관계를 얼게 한다. 그러나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마음을 열면, 그 순간 상대도 숨을 돌릴 수 있다. 말의 방향이 아닌, 존재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다.
겸손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야가 제한되어 있음을 아는 힘이다. 더 많이 알고, 더 오래 살아온 사람이 진짜 현명한 이가 아니다. 더 많이 의심할 줄 알고, 더 자주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이 마음의 공부를 진정으로 걷고 있는 이다.
나는 몇 번이고 틀렸었다. 말을 앞세웠다가 상처를 주고, 판단을 서둘렀다가 후회한 적도 많다. 그래서 이제는 말 대신 침묵을, 옳음 대신 관용을, 주장 대신 질문을 배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벽을 무너뜨리는지 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더 사람답게 만든다.”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다정한 사람이다. 그리고 다정함은 이 세상 가장 고요한 지혜이자, 비움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다.
ㅡ청람 김왕식